[월요논단] 사외이사제도 필요한가

김민배

발행일 2016-09-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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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잡으면 '들러리' 공모절차로
우수한 인재들 지원조차 안해
엽관주의 인사를 해야하기 때문
대권 꿈꾸고 국민 삶 걱정한다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 막을
근본적 제도개혁 먼저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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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외이사제도가 올바른가. 감사제도가 올바른가.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운영·감시하는데 어떤 제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 2010년 11월 일본 고베에서 개최된 국제상거래학회의 발표회장은 매우 뜨거웠다. 당시 공공기관의 사외이사 경험을 토대로 논문을 발표했다. 일본학자들 특유의 성실함과 관심이 증폭되면서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일본 학자들은 양 제도의 장단점은 물론 한국의 운영 경험에 대해 관심이 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감사제도의 강화가 올바른 선택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한국의 사외이사제도에 관심이 있었을까. 일본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것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고민거리였다.

돌이켜 보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대한 개혁은 정권마다 큰 관심사였다. IMF의 뒤처리를 해야 했던 김대중 정부는 38개 공기업의 민영화와 11개 공기업에 대한 통폐합을 하였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물리적 통합보다 286개에 달했던 기관의 운영과 관리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정권마다 성과주의나 개혁을 핑계로 자기 사람 챙기기에 더 바빴다. 당연히 최고의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요소들에 의해 좌우되었다. 각종 선거공신이라는 명함을 매달고 한자리를 뜯어내는 전리품의 대상이 되었다. 사장, 상임이사, 상임감사 그리고 사외이사와 비상임감사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낙하산으로 채워진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들이 운영과 관리조차 되지 않았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대표적이다. 모두가 알맹이가 없는 맹탕 청문회라고 난리들이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와 감사실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한 증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사실을 폐지하면서 내부통제가 무너졌고,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한 것이 결국 부실의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진술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제도에 큰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의 운영모델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설계 초기부터 비상임이사나 사외이사가 견제와 감시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공무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더 큰 낙하산을 타고 온 기관장에 대응할 장치로서 사외이사 제도를 설정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에게 적극적으로 기관장이나 조직을 견제해야 할 권한도 인센티브도 없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도 부족한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결정을 할 리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가고 정권이 바뀌면서 불행하게도 그런 예측이 적중했다. 그래서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표현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때마다 정부는 공모절차와 인사의 투명성을 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모절차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1년에 4~5회 회의에 참여하는 비상임이사나 사외이사의 경우 경영목표 등을 작성하는 서류제출이나 탈락 우려 등으로 우수한 자원들이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 법률과 제도는 사외이사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당사자도 권력도 번거롭기만 하다. 들러리 공모절차에 응해야 하는 사람들도 피곤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추진하지 않는다. 이유야 뻔하다. 정권을 잡으면 다시 엽관주의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조직의 내부를 통제할 것인가. 조직과 기관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과연 현재의 사외이사제도는 필요한가. 감사 제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부실과 세금투입, 그리고 파산과 실업이라는 악순환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권력은 힘이 빠졌다. 새로운 권력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대권을 꿈꾼다면, 국민들의 삶을 걱정한다면. 제 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개혁에 먼저 나서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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