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활성탄 VS 현찰

김학석

발행일 2016-09-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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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에 저질 활성탄 공급 의혹 '국민건강 위협'
활성탄시장 수요·공급자간 '이너서클' 존재 감지
검·경, '무서운 현찰'보다 더 믿음 가도록 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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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석 정치부장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먹는 물(수돗물) 공급을 위한 정수장에 저질 활성탄(活性炭·Activated Carbon)이 공급돼 국민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 정수장에 활성탄을 넣는 이유는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고 맛을 좋게 하며 농약 등 각종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사회에선 대기질의 맑은 공기와 함께 먹는 물을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국가가 앞장서 관리해야 하는 2대 요소로 손꼽힌다. 그런데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정수장에 저질 활성탄이 공급됐다는 의혹이 연일 언론에 불거져 국민 건강이 심각히 위협을 받고 있다.

활성탄이란 숯을 가스 또는 약품으로 활성화시킨 다공성 탄소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야자 껍질 등 가연성 물질을 500℃의 탄화와 900℃의 활성화 과정을 거쳐 미세하게 빻아 만들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각종 유기물을 흡착 제거하는 성질이 있는 탄소이다. 활성탄은 보통 3~5년 주기로 바꿔주고 있다. 가정용 정수기에도 활성탄이 들어 있고 주부들도 주기별로 활성탄을 교체하고 있다. 가족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선조들이 장을 담글 때 메주에서 풍기는 불쾌한 냄새와 맛을 없애기 위해 몇 조각의 숯을 통째로 띄웠다. 출산 때는 산모와 유아의 세균감염을 방지하고 실내 공기정화 차원에서 방안에 숯을 걸어 놓았다. 조상들도 숯의 효능을 잘 알고 있었고 잡냄새 제거와 살균 정화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숯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오늘날에는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에 환경오염방지와 자연·합성 생성물의 순도 정제를 위해 꾸준히 활성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 시흥 수지 일산 등지의 정수장 중 일부에서 규격 미달의 저질 활성탄을 사용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불량·저질 활성탄이 수도권 내 여러 정수장에서 돌려막기 방식으로 공급됐다는 보도에까지 이르고 있다.

정품 활성탄 공급의 모든 책임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게 있다. 국내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전량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활성탄 시장에서 규격품을 골라내는 역할은 맑은물 공급의 최일선에 있는 K-water가 나서야 한다. 더욱이 복잡하고 다단계 공급과정을 거치는 활성탄 시장에 공급자와 수요자들 간에 먹이 사슬이란 이너서클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공급자가 소수인 이너서클 속에서 불합리·부조리가 정당화돼선 안된다. 부조리에 휘둘리면 결국 국민건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활성탄 공급시장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과 경찰이 적극나서야 할 시점이다. 활성탄 납품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은 계약 상대자에게 있다는 시방서 자체가 문제이다. 수입과 검사 및 공급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앞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모든 책임과 감독을 K-water가 져야한다. 정부도 현행제도의 문제점을 뜯어고치고 책임시공에다 책임감리 등 활성탄 공급의 일대 제도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필자의 고향속담에 '검찰·경찰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현찰'이라는 말이 있다. '현찰은 귀신도 부린다'는 말로 통용된다. 지금껏 저질 활성탄이 공급되는 과정에 현찰이 나도는 먹이사슬이 존재할 수도 있다. 현찰은 블랙 커넥션을 만들고 독버섯처럼 곳곳에서 기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현찰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검·경은 이 같은 나쁜 속담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 국민들이 현찰보다 검찰·경찰을 더 신뢰하고 믿을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차제에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맑은 물 공급을 기대해 본다.

/김학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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