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칼럼] 기본소득보장제, 환상인가? 묘수인가?

서상목

발행일 2016-09-13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퇴직근로자 기본생계 보장으로
기업은 구조조정 자유롭고
시민의 '사회권' 확실히 보호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입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재정 소요되기 때문


2016091101000743400034681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기본소득보장제도는 영어로 Universal Basic Income(UBI)이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국가가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과거에는 이상주의적인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이 주장한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90년대 이후 IT혁명이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면서 소득분배가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IT혁명은 이의 혜택을 본 산업, 기업 또는 개인에게는 부가가치와 소득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킬 기회이나, 이러한 과정에서 소외된 다수에게는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지난 20년간 소득분배는 지속해서 나빠지고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 각국의 정부가 나름대로 양극화 해소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는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에는 수출산업이 노동집약적이었기 때문에 수출의 확대가 고용의 증대와 실질임금의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른바 '형평 속의 성장(growth with equity)'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수출산업의 자본 및 기술집약도가 지속해서 높아지면서 수출의 증가가 고용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시장마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됨으로써 임금구조의 양극화와 소득분배의 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상적인 경제정책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본소득보장제도라는 '극단의' 처방이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본소득보장제도는 나름대로 역사적인 뿌리를 갖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며 수학자였던 콩도르세(Condorcet)는 계몽주의(enlightenment)와 합리주의(rationalism)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본소득보장제도를 제안하였고, 영국 태생으로 미국의 건국지도자였던 페인(Paine) 역시 계몽주의와 농업정의(agrarian justice) 구현의 방법으로 기본소득보장제도를 주장한 바 있다.

기본소득보장제도의 지지자들은 두 가지 추가적인 이유를 지적한다. 첫째, 이 제도가 실시되면 산업구조조정이 보다 용이 해진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재취업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퇴직근로자의 기본생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기업은 필요에 따라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기본소득보장제도가 실시되면 실업자도 최소 수준의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황 시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기본소득보장제도는 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정책의 기본목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의 '사회권(social right)'을 확실히 보장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소득보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공부조제도와 최저임금제 등이 실시되고 있으나 시행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야기되는바, 기본소득보장제도는 복잡한 제도를 폐지하고 복지행정을 단순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의 추진을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은 복지제도는 물로 재정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임은 틀림없으나, 나름대로 큰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서상목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