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칼럼] 3만원에 마음을 사는 법

홍창진

발행일 2016-09-2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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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생겨도 돈 버는 입장에선
경쟁자 중 누군가 편법 쓰려할 것
이 법은 공직자 위한 것이라고 생각
공정한 심판 통해 선수들 희망 갖듯
앞으로는 반칙하는 선수들이
많이 퇴장하는 모습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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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팔등신 미녀의 나신 동상이 있고 왼편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다. 이집 주인은 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공무를 보는 고관을 초대하고 그들을 입구에서 유심히 관찰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정원을 자주 쳐다보고, 어떤 사람은 나신 동상을 자주 쳐다본다고 한다. 손님의 관심분야에 따라 접대의 방향을 정한다고 한다. 대략 주인이 정한 방향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정원을 쳐다보는 이는 돈으로 접대하고, 나신 동상을 쳐다보는 이는 성으로 접대하면 원하는 거래를 성공시킨다고 한다. 고대 이탈리아 상인들의 접대문화에서조차도 거래 상대의 마음을 사는 일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명 김영란법을 통해서 잘못된 접대문화를 크게 개선해 보고자 하고 있다. 식사접대는 3만원, 그 외 접대는 5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다. 주위의 공무원들과 언론인들이 급긴장한 모습이다. 식사야 벌 것 아닌데 이제 골프를 못치게 생겼다고 난리다. 골프장 부킹 현황이 현저히 떨어지고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고 난리다. 법은 참 좋은 것이다. 법으로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한 느낌이어서 참 좋다. 이 정도 법안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반대와 거부에 부딪혔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법이 실현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른이 된 것이다.

법이 실행되려면 법에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실행하면서도 그 법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불만 가득한 태도로 일관되면 법은 탈선의 길을 걷게 되고 편법이 나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왕 성숙된 법이 나온 바에야 이번 기회에 이 법에 대한 성숙한 이해와 실천이 동반되었으면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돈만 있으면 마음에 드는 이성도 가질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실력과 상관없이 교수도 될 수 있고, 돈만 있으면 법도 본인이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는 등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시절 학교에서도 좋은 대학 가는 이유가 돈을 많이 버는데 꼭 필요한 과정 정도로 암암리에 교육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회는 마치 돈 벌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돈 돈 돈만을 외치며 돈 외에는 세상에 어떤 가치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이다.

사람이 사는 가치는 돈 이외에도 좋은 가치가 참 많다. 어쩌면 돈은 그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김영란법의 정신은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공정하게 A부터 Z까지 같은 기준으로 보고 판단할 때 이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사라진다. 공직자는 공정한 행위 하나로 이 세상에 희망과 기쁨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정의의 가치를 뒤로 한 채 개인적인 돈벌이가 업체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세상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걱정이다. 눈에 보이는 돈의 가치보다 보이지 않는 정의의 가치를 선택하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 이번 기회에 잘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그 옛날 폼페이의 상인은 돈과 여자로 공직자들을 능멸하고 개인의 사욕을 채움으로써 사회를 교란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인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아무리 생겨도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경쟁자 중 누군가는 편법에 달려들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우선 공직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공정하면 억울한 선수들이 사라진다. 선수들은 공정한 심판을 통해서 안정감을 누리고 희망을 갖게 된다. 앞으로 반칙한 선수들이 공정한 심판을 통해서 많이 퇴장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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