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11] 안성장터 장터귀신 이문세 씨

장보따리 44년 '장사의 신'
마음 비우니 '웃음 보따리'

경인일보

발행일 2016-09-19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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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

옛시절 버스 안내양 "냄새 난다" 구박해
헝그리 정신으로 자식들 훌륭하게 키워
반려견 바둑이 장터 명물… 노년의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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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1년은 365일. 그것도 모자라 368일을 장터에서 보따리 풀고 앉아 계신 할머니가 안성마춤 장터에 계시다. 장터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으로 오해를 받을 정도라는 장사의 신, 이문세(72) 씨가 이번 주 주인공이다. "아침 7시인 줄 알고 장터에 나왔는데 6시더라"는 이 씨 할머니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청주에서 살다가 안성에 정착했다. 가난과 배고픔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며 장터의 삶을 살다보니 44년의 세월이 흘렀다. 장바닥에서 보따리 장사로 벌어들이는 돈을 아끼고 모아 월세 방에서 전세로 옮길 수 있었고 단독주택을 지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장터에서의 기나 긴 인생을 살다보니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 복이 온다. 살면서 과욕은 금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옛날에 장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며 버스 타고 이동할 때에는 버스 안내양들에게 보따리에서 냄새 난다고 발로 차이고 치이며 장터로 향하던 시절이 기억에 생생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지금은 밥은 먹고 살고 있으니 그런 일들도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았다.

당시에는 치열한 삶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평생을 헝그리 정신으로 자식들 가르치며 살았고 그 자식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부심으로 산다.

엄마에게 전화도 자주하고 걱정해주는 마음이 착한 자식들이다. 장사 그만하고 불편한 관절염 물리치료나 받으며 편안하게 살라고 한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몸은 자연스럽게 장터로 향하고 같은 장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터에 나오면 돈도 벌고 손님들과 정담을 나누는 재미가 약손과 다름없다.

그래서 몸은 힘들어도 장보따리를 끌고 장터에 나온다. 4년 전부터 이 씨 할머니와 함께 장터를 지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개, 바둑이가 있다. 이젠 바둑이와 정이 들어 장날마다 찾아와 먹을 것을 챙겨주는 손님도 생겼다고 한다.

바둑이가 이 씨 할머니의 지루한 노년의 삶에 생명수처럼 나타나 살아야 할 의미를 부여해주고 그야말로 장터의 명물이 되었다. 사람의 정도 나누고 개의 정도 나눌 수 있는 안성맞춤 장터로 발걸음해 웃음보따리를 짊어지고 오면 어떨까.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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