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12] 이천장터 곡물장수 김구자 할머니

아흔 앞두고도 '단단한 건강'
곡물처럼 야무진 천하여장부

경인일보

발행일 2016-09-2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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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 '뚝심'
장수 비결, 운동·고른 식습관
손님 줄어도 '긍정적 삶'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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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대한민국 최고령 곡물장사이자 '천하여장부'로 불리는 장돌뱅이 할머니가 있다. 쌀과 도자기로 유명한 고장 이천 장터에서 곡물을 파는 김구자(89)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89세의 나이로 남정네들도 하기 힘든 곡물장사를 하며 장터에서는 유명인사가 되셨다. 충주에서 태어나 여주로 시집 와 살면서 논밭농사 지으며 아들만 다섯을 낳아 길렀다.

"나만이 즐기는 운동이 30가지가 있어. 우선은 제 때에 잘 챙겨 먹고 꾸준한 운동으로 힘을 키워야 한다"고 자신만의 건강한 장수비결을 밝히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데, 갈무리된 뚝심이 범상치 않다. 장터에서 김 씨 할머니는 3가지가 '최고'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가장 나이가 많다. 둘째는 가장 장사다. 셋째는 가장 건강하다.

김 씨 할머니의 목표는 90세까지 장터에서 곡물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 목표는 충분히 이루고도 남음이 있고 '100세 목표'로 바꾸어야 할 듯 싶다. 젊었을 때 종횡무진 누비며 다닌 장터는 이천장터, 장호원장터, 양평장터, 홍천장터, 여주장터 등인데 지금은 이천 장터와 여주장터에서만 천하여장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장사가 잘 되었는데 지금은 현상유지 정도다. 장사가 잘 될 때에는 하루에 백만 원까지도 팔았다. 그래서 자식들하고 끼니 거르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었다. 요즘도 장날이건 아니건 간에 새벽 4시면 눈이 떠지고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꾸준한 운동과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면서 건강에 신경 쓰고 노력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데도 아픈 곳이 없다는 김 씨 할머니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장사꾼이다.

서울을 비롯해서 인근 지역에서 할머니를 찾아와 서리태(검은콩)과 메주콩을 사 가는 단골손님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늙으니 그런 손님들도 멀어지고 떨어지더라고 한다. 그래도 욕심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신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건강 비결인 것 같다. 같이 사는 막내아들이 장날이면 물건을 차로 운반해주어 장사를 쉽게 할 수 있다. 비오고 춥고 더운 날에는 엄마 고생한다고 아들이 안 태워 주는 날도 있는데 가능한 결석하지 않는다.

곡물종류는 30가지인데 그 중에서 중국산 참깨와 중국산 찰기장쌀 두 가지만 수입 산을 팔고 나머지는 순수한 국내산 곡물이다.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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