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 얼마나 달라졌나?

이재희

발행일 2016-09-2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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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됨됨이 가르치는 인성교육
교원단체간 시각 달라 안타까워
협의와 협력통해 적극 지원해야
요즘 학교 다양한 교육기능 수행
되레 전통적 역할 공부·人性교육
소외받고 있다는 사실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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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사회생활에서 지능지수(IQ)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덕지능(Moral Intelligence)과 공존지수(Network Quotient), 쉽게 말해 '인성'이다. 요즘 들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인성 붕괴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처남이 매제를 흉기로 살해하는 등 재산다툼이나 모욕, 가치관 차이 등으로 인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해 2015년 7월부터 시행했다. 이 법 제2조에서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인성교육의 목표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8가지 '핵심 가치·덕목'을 설정했다.

인성교육의 현주소

그렇다면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성교육의 현황은 어떠할까. 인성교육 목표로 정한 8가지 '핵심 가치·덕목' 중에서 우리사회에 가장 긴요한 것은 다른 사람, 공동체 및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배려를 기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원활하게 소통·협동하며 커닝과 가짜 학위 및 불량식품이 없이 정직하게 공부하거나 사업하는 것, 자신의 일에 책임지는 것. 하지만 이러한 인성 덕목을 기르는데 시간을 투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에서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교육, 진로체험교육, 소프트웨어교육 등을 추가하니 인성교육을 강화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인성교육의 시기와 주체가 모호하다. 인성교육은 10살 이전에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사람다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도덕적 추론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前頭葉)은 이 때 발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능력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여 생활화하는 것은 유아 시절과 초등학교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러자면 인성교육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인성교육의 적정 시기로 보면 주된 교육공간은 가정이어야 하고, 부모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학교와 사회는 인성교육의 보조 공간이어야 한다. 이처럼 인성교육의 1차적 책임이 가정과 부모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교육계가 할 일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각각 인성교육 종합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고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이처럼 인성교육의 상황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그나마 양대 교원단체조차 학교 인성교육에 대해 상이한 시각을 가진 것 같아 안타깝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람 됨됨이를 기르자는데 교원단체 간의 입장이 다를 수 없다. 교원단체들은 협의와 협력을 통해 인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성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교권을 확립해 교사가 학생지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에서 '뭣이 중한디?'

요즘 학교는 학생의 꿈과 끼를 발현시키는 교육과정 이수, 가정교육을 보완하는 인성교육, 방과 후에 학생들을 보호하는 돌봄 교실, 진로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학교 기능이 확대되는 가운데, 오히려 학교의 전통적 역할이었던 공부와 인성교육은 소외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면 지난 세기 일제 식민지 시기와 6·25전쟁, 급속한 산업화와 경쟁시대를 거치며 메마른 우리 사회의 도덕지능과 공존지수를 되살릴 수 있다. 경제성장 시대에 비교적 풍요를 누리며 자라난 세대에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인성을 기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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