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경인일보 70+1, 자화상 노메달스타]꿈의 무대서 좌절한 남자유도 간판 안창림

국민들 따뜻한 격려에 당당히 고개드는 재일교포3세

이원근 기자

발행일 2016-10-07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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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도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안창림이 재도약을 위해 용인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태극마크를 위해 일본 귀화요청도 뿌리친 안창림은 한국 유도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전일본학생선수권 우승 귀화 요청 뿌리치고 용인대에 편입
韓체력·日기술 양국 장점 모두 소화… 상대 따라 작전 세워
"난생처음 올림픽서 잠 설쳐" 뜻밖의 패배 자신 잘못 인정
'심장에 태극기 달아줘 감사하다' 응원메시지 기억에 남아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한국 남자 유도 73㎏급 간판스타 안창림(수원시청·22). 그는 세계를 호령하는 '유도 기대주'로 군림해왔다. 물론 이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도에서도 금메달이 확실시됐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는 메달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메달 유망주였기에 아쉬움이 컸을 법하지만, 안창림은 4년을 기약했다. 우리는 과거 운동선수의 경우 못 먹고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자 운동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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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안창림처럼 자기가 좋아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통해 세상 사람을 만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는다. 한국 선수들은 올림픽에서도 당당했다. 자신을 이긴 선수를 당당히 인정해주고 패자로서 말을 아꼈다. 그리고 승자의 손을 올려줬다. 그게 바로 요즘 세대 운동선수들의 모습이다.

안창림은 재일교포 3세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일본에서 유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그는 일본 유도 명문 학교인 츠쿠바 대학에 입학했다. 안창림은 2013년 츠쿠바 대학 시절 전일본학생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일본의 귀화 요청도 뿌리치고 용인대로 편입해 한국 올림픽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세계랭킹 1위였던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기대주였다. 하지만 올림픽 두 번째 경기였던 16강전에서 다르크 판 티첼트(벨기에)에 오금대떨어뜨리기로 절반을 내주며 분패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수원시체육회선수촌에서 만난 안창림은 "준비도 잘 돼 있었고 몸 상태도 좋았다"며 "전과 다름없이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두 번째 시합에서 기술적으로 상대의 대응에 당황했던 것 같다"며 패배를 당당히 인정했다.

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대회로 꼽힌다. 게다가 리우 올림픽은 그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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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 국제대회를 치러왔기 때문에 올림픽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했던 것 같다. 시합 전 잠을 설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선수들이라면 꼭 나가보고 싶은 대회고, 메달까지 따낸다면 인생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창림은 당당했고, 패배를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했다. 국민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최선을 다한 안창림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그는 "정말 많은 분이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 댓글을 보는 편은 아니지만, 비난 댓글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장에 태극기를 달아줘 감사하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이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줬고, 송대남 코치님도 귀국 후 앞으로도 잘해낼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안창림은 유도의 매력을 '분석'으로 꼽을 정도로 유도에 빠져 있다.

그는 "한판으로 시합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경기 전 상대에 대한 작전을 세우고 그것이 맞아떨어졌을 때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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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상대 선수들이 안창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경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질문에도 "상대 선수가 분석하는 것보다 많은 분석을 하겠다"며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생각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시합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허리와 하체가 다른 선수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세에서도 기술이 들어갈 수 있다"며 "반면 순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을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안창림은 대학교 중반까지 일본에서 운동했던 터라 한국과 일본 유도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그는 "한국은 체력이 좋고 일본은 한국보다 기술이 좋다"며 "한국에서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처음 접했던 운동법도 있었다. 대표팀 생활이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추억과 즐거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안창림은 유럽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달랐다. "1990년대 이후로 유럽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고 체계적이면서 과학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며 "올림픽에서도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고 각국마다 특징적인 기술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시합에서 만나면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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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간장 게장과 커피다. 한국에 와서 처음 간장 게장을 접했던 안창림은 그 날 이후로 한국 음식 중 '간장 게장 마니아'가 됐다. 또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취미는 영화 보기, 쇼핑 등 다양하다.

그는 "운동하는 시간 외에는 가급적이면 운동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주말에는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했다.

이제 안창림은 리우 올림픽을 뒤로하고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안창림은 올림픽을 겨냥하기보다는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유도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도가 재밌기도 했고 이것 말고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면서 "매 훈련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만약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게 된다면 지금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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