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파파라치 공화국에 사는 지혜

김성규

발행일 2016-10-06 제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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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에 생긴 '란파라치'… 포상금 엄청나
대상자도 1천만명 달해 북한의 '5호 담당제' 연상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보편화 될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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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회부장
대한민국 세상을 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시행 전부터 찬반논란이 극명하게 갈리고, 내수 경기 침체라는 부작용 우려가 수없이 쏟아졌지만 청명 사회를 향해 도약하자는 법의 근본 취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때마침 시행되자마자 3일간의 황금연휴가 겹쳐 '김영란법 처벌 수사대상 1호'사건이 나올 것이라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나 감사원, 사법기관에 대상 1호감으로 유력시되는 사건은 아직까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란파라치들이 증거수집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돼 아직 정식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국은 파파라치 전성시대 아니 공화국이 돼버렸다. 지난 2001년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잡는 '카파라치'가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50여 종의 신고 포상금제도가 도입된 덕분이다. 쓰파라치(쓰레기 불법 투기), 봉파라치(돈 안 받고 1회용 봉투 제공), 식파라치(식품위생법 위반)에서 선파라치(불법 선거운동), 주파라치(불공정한 증권거래), 과파라치(고액과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인터넷에선 포상금과 신고 방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유료사이트 10여 개가 성업 중이다.

김영란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포상금이 기존의 다른 파파라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식파라치는 최대 200만원, 과파라치 최대 300만원 등에 비교하면 란파라치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은 물론 부정한 돈의 국고 환수금에 따라 최대 30억원까지 별도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언뜻 거액의 비리를 포착해 한 건 올리면 인생역전까지도 노릴 수 있는 '파파라치 로또'라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검찰의 특별 인지수사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제보자의 경우 포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법리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틈타 란파라치 전문 양성학원이 발 빠르게 등장해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들이 결정적 증거확보를 위해서는 고성능 녹음기와 최첨단 몰래카메라 등 필수 장비가 절실하다. 카더라식의 제보나 신고 또는 익명의 신고는 원칙적으로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접수조차 안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확한 증거없이 신고한 경우 무고죄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특정인에게 피해를 입힐 의도로 투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란파라치들이 신고대상자의 이름과 직업, 향응내용 및 수수 대상자간 관계 등 사실상 기초적인 인지수사보고서 수준의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는 로또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결국 내부자의 결정적인 제보 없이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유죄를 입증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열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김영란법 시대를 맞아 사회 상규 및 의례라는 명분으로 지내온 지인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김영란법 직접 대상자가 400만명, 간접 대상자까지 포함하면 1천만명을 웃돌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은 사뭇 북한의 5호 담당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구 5천만명 기준에서 5명 중에 1명이 대상자이고, 이들과 관혼상제를 비롯한 통상적인 만남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뤄질 수 있다. 상대가 나에 대한 불편한 감정 기복에 따라 여차하면 김영란법이라는 확실한 법적 대응책이 마련된 셈이다. 실효성 유무는 차치하고, 사람간의 상규 위반 행위를 돈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만인(萬人)의 만인(萬人)에 대한 감시'가 보편화 될 수 있는 현실이 더 무섭다.

/김성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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