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14]강화장터 고추장수 베트남 아줌마

농사도 장사도 한국사람 뺨치는 베트남 며느리

경인일보

발행일 2016-10-10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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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의장터사람들 경인일보 연

11년전에 시집 온 우엔타캄씨
소녀가장 모진 세월 경험 덕에
논밭 일 거뜬 운명적 농촌생활
장날 외에도 전국서 주문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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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한국으로 시집 왔으니 한국의 예법과 시집의 문화를 따르는게 마땅하다고 말하는 베트남 아줌마 우엔타캄(33·한국이름 전혜영) 씨. 그녀는 22살의 젊은 나이 때 지금 남편의 얼굴을 한 번만 보고도 내 남자라고 생각해 한국으로 시집왔다.

처음 밟은 땅은 강화도. 땅도 많고 일도 많은 농촌마을 부잣집이었다. 언어도 문화도 달라 처음에는 시집 식구들과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강좌를 통해 배우며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11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은 2남 1녀를 낳고 시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녀는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15살 때부터 소녀 가장 처지에 놓였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두 동생을 먹이고 가르쳐야만 했던 그녀의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식당 설거지 일부터 시작해 소녀 가장으로서 모진 세월을 경험한 그녀이기에 베트남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논밭농사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었다. 헝그리 정신이 만들어낸 결과다.

논농사와 밭작물 등 안 하는 것 없지만 주된 수입원은 고추와 고구마 농사다. 강화의 특산물 노란고구마와 고추는 강화장날(2일/7일)에서 파는 것 이외에도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시댁 부모님이 아들 부부에게 논밭을 따로 분리해준 덕에 아예 농사도 따로 짓고 장날에 판매도 별도로 해 수입도 따로따로 챙긴다.

부부관계도 주변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큼 깨가 쏟아진다. 우엔타캄 씨는 "남편과 만나기 전에 꿈속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나를 나룻배에 태워 강물로 떠밀어내는 꿈을 꾸었다. 그 후에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한국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정은 날로 증가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농촌사회에 동화돼 살아가며 행복한 다문화가정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시어머니 전명자(74) 씨는 "꿈 해몽을 해보니 베트남 며느리는 우리 집으로 시집올 운명인 것 같았다.

그리고 너무 착하다. 나보다 일도 잘하고 계산도 빠르다. 나도 복이고 며느리도 복이다"며 며느리를 연신 추켜세웠다.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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