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 제공 |
킬러-무명배우 뒤바뀐 삶 전형적 전개
두개의 이야기축 나눠 편안한 웃음 선사
■감독 : 이계벽
■출연 :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
■개봉일 : 10월 13일
■코미디/113분/15세 이상 관람가
신 스틸러(scene stealer)는 독특한 개성과 출중한 연기력으로 주연에게 향하는 시선을 말 그대로 '훔쳐가는' 조연을 뜻한다. 연기력이 자부심인 배우들에게 이는 최고의 찬사다.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이들의 활약을 눈으로 쫓기 바빴고, 자연스레 신 스틸러들의 활약 정도는 영화의 흥행성적과 곧바로 이어졌다.
'신 스틸러=흥행'의 구도가 공식화되자 영화계는 마치 열풍처럼 이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깨가 무거웠던 탓일까. 포커스 변두리에선 미칠듯한 존재감을 뽐내던 이들이 자신에게 집중된 카메라 앞에서는 영 맥을 못 췄다.
'천만요정' 오달수 주연의 '대배우'가 그랬고, 영화 해운대를 천만 반열에 입성시킨 김인권이 주연으로 나선 '약장수'도 마찬가지였다. 반복된 흥행실패는 어느새 관객들 뇌리에 '신 스틸러 주연의 영화는 재미없다'는 공식을 심어놓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계벽 감독은 하나의 카드를 던진다. 영화계의 대표적 신 스틸러인 유해진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단독이 아닌 배우 이준과의 공동주연이라는 묘수를 꺼내 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성공이다. 두 명의 주연을 중심으로 두개의 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영화가 유해진 한 명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자연스레 지워준다. 그러면서도 주연에 걸맞은 분량을 확보한 신 스틸러 유해진은 아예 하나의 신이 아니라 필름 전체를 '싸그리' 훔쳐버렸다.
영화의 내용은 꽤 단순하다. 성공률 100%의 명성으로 부와 실력을 갖춘 킬러와 자살을 결심했던 무명배우가 우연한 기회로 삶이 뒤바뀐다. 기억을 잃은 킬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목을 매려던 옥탑방에서 킬러의 펜트하우스로 거처를 옮긴 무명배우는 어쩌다 킬러의 과업까지 떠맡으며 혼란을 겪는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떠나서도 영화의 전개는 대단히 전형적이다. 풀려야 할 갈등은 저절로 풀리고 끝나야 할 싸움은 시간이 지나며 끝난다. 뒤통수가 얼얼한 반전의 묘미는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냉혹한 킬러가 기억을 잃고 자신을 무명배우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그 반전의 삶은 배우 유해진에게 최고의 놀이터를 제공했다. 극 중 인물의 달라진 인격과 변해가는 성격에 따라 유해진은 매번 새로운 사람처럼 새로운 신을 연거푸 훔쳐내며 관객의 눈을 계속 사로잡는다.
그러다 보니 심심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해지고, 소소한 상황에도 웃음이 터진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대도' 유해진의 다재다능함이 역시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공동주연 이준의 존재감마저 훔쳐갔다는 점이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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