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진정 군의 명예를 회복하려면

노동일

발행일 2016-10-1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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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씨 발언 국감서 다뤄야 할 정도 비중성 의문
잊을만 하면 터지는 '방산비리' 軍신뢰 땅에 떨어져
눈앞 得보다 부하·국가 안위 앞세우는게 진정한 군인


노동일
노동일 경희대 법과대학 교수
방송인 김제동씨의 '영창' 발언이 사실인지 솔직히 알기 어렵다. 기왕에도 잘 알려진 김씨는 졸지에 국감스타가 되었다. 새누리당 백승주의원의 국방위 국정감사장 질의 때문이다. 김씨가 과거 방송에서 방위병 복무시절 군사령관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생활을 했다는 말이 사달을 일으킨 것이다. 김씨 본인의 말처럼 기록이 없어서 확인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우스개를 위해 과장한 내용일 수도 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김제동씨가 사실은 군기교육대에 간 것 같다"고 한다. 본인이 빨리 해명했으면 좋았을 일이라는 것이다. 현안이 산적한 국방위에서 불필요한 진실 게임처럼 됐다고 한탄한다.

김제동씨의 말마따나 웃자고 한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당시 '군사령관'의 명예가 걸린 사안일 수도 있다. 김씨의 발언이 허위나 과장이라면 더 그렇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식으로 눙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공식 의제로 제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백의원은 군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이기 때문에 문제 삼았다고 한다. 김제동씨의 발언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의 비중과 시급성이 있는지 역시 의문이다.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그것보다 더 큰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산비리' 문제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방산비리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당장 지난달 26일 동해에서 추락한 링스헬기도 볼트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군인 3명이 산화한 원인이 방산비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해군이 도입한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 캣'은 실제 작전 시간이 30분에 불과할 정도로 작전성능에 미달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불량 방탄복 납품 혐의로 기소된 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도 있다. 통영함 납품 비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해군참모총장들, 전투기 정비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공군 중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당사자들의 명예야 회복되었다 치자. 하지만 병사들은 여전히 북한군 총알에 뚫리는 방탄복을 입고 있다. 통영함에는 어군탐지에나 쓰이는 음파탐지기가 달려있다. 누가 무죄를 받았건 통영함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함정임에는 변함이 없다. 불량부품으로 정비한 항공기가 제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어야 하나. 잇따라 추락하는 헬리콥터들이 혹시 그래서인 것은 아닌지.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항공기를 타야 한다니. 모골이 송연하다. 방산비리로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애꿎은 장병들의 생명이 담보로 잡혀 있다. 그나마 법적인 책임조차 제대로 지우지 못하는 게 방산비리의 실태인 셈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의 답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표적 방산비리요? 글쎄요, 하도 많아서…."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하도 많다"고 책임자가 스스로 고백한 방산비리는 척결되었는가. 앞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제대로 만들어졌는가. 국회 국방위원회는 당시 소리 높여 질타했던 문제점들이 개선되었는지 확인했는가. 여전히 '질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연년세세(年年歲歲) 똑같은 국방비리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아무 효과 없는 연례행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지만 김제동씨의 발언은 우스개 소리다. 국감목록에 오를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오죽 군의 명예를 걱정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백의원은 국방부 차관 시절부터 진실을 밝히고 싶어 했다고 한다. 대단한 집념이다. 그 정도의 집념으로 군의 명예를 위해 할 일은 따로 있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는 게 군인이다. 눈앞의 작은 이득보다 부하와 군과 나라의 안위를 앞세우는 게 진정한 군인의 명예이다. 방산비리로 인해 그런 명예가 땅에 떨어져 있다. 다시는 방산비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군의 명예를 회복하는 첩경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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