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의 장터사람들·15·끝]양평군 용문장터 곡물장수 김옥순 할머니

한 움큼 따뜻한 '덤', 60년 단골 지켜온 비결

경인일보

발행일 2016-10-17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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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용문장(15)

28살에 남편과 사별 눈 앞 캄캄
'모성애'로 이 악물며 장터지켜
우리 농산물만 고집 '양심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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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60년이라는 세월은 강산이 여섯 번이나 변하고 다듬어진 무수한 시간이고 역사이다. 60년 세월을 한결같이 장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지고 끌고 다니며 장사로 인생역사를 만들었다. 쌀 여덟 말을 머리에 이고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집에서 기차역까지 한 시간 이상을 걸어 다니며 장터로 향하던 시절도 있었다.

자식들과 먹고 살아야 한다는 헝그리 정신으로 모진세월을 이겨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장보따리를 끼고 살았다. 강인한 모성애로 60년의 세월을 극복할 수 있었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위대한 장터의 삶을 살아오신 김옥순(80) 할머니가 용문장터에 계신다. 꽃다운 나이 20살에 혼인해 2남 3녀를 두고 남편은 그녀가 28살에 세상을 떠나는 청천벽력과 같은 날벼락을 맞았다. 어린 자식들과 먹고 살기가 막막하고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자식들과 먹고 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장터의 삶을 이어가야했다.

장사는 시집 와서 1년도 못 되어 시작했지만 남편이 옆에 없으니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나 자식들이 있었기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고 장날마다 장돌뱅이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그녀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곳은 지평장(1일, 6일장), 양평장(3일, 8일장), 용문장(5일, 10일장) 등이다. 김 씨는 겉보리, 기장, 찹쌀, 수수, 수입참깨, 서리태(검은콩), 백태, 쥐눈이콩, 적두, 보리쌀, 율무, 흑미, 강낭콩, 울타리강낭콩, 녹두 등을 주로 팔았다.

그 밖에 제철마다 나오는 대추, 호박, 고추, 깻잎, 마늘, 쪽파, 호박잎, 오이 등도 취급한다. 김 씨는 "속이지 않고 양심적으로 우리 농산물만 팔다보니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60년 세월동안의 장사 노하우를 피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멈추어 서면 전날에 따온 싱싱한 대추 한 개씩을 손에 쥐어 주면서 먹어 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니 그들도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말처럼 화기애애한 장터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김 할머니는 매번 팔 때마다 덤으로 한주먹을 더 주는 따뜻한 마음씨로 단골들을 유지해왔다. 덤으로 더 얹어주는 것은 물건만이 아닌 장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따뜻한 정이다. 물건 값도 싸게 주고 정도 주는 인심 좋은 김 할머니 주변에는 장날마다 줄을 선다.

/이수길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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