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칼럼

[K리그칼럼]'P급 자격증 대란' 규정과 현실 사이

AFC챔스리그 출전 눈앞

너도나도 '바지감독'으로
진입장벽은 높고 지도자 적어
팬들 축구행정 후진성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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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하 해설위원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기 직전, K리그 몇 팀들에 다소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팀을 상위 스플릿에 올려놓으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수석코치로 보직이 이동되고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다는 것. 2부 리그 우승을 노리는 챌린지의 부천FC는 감독이 수석코치로 강등(?)되고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성적 부진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도 아닌 갑작스러운 인사이동, 대체 하루아침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모든 사건의 원인은 지도자 자격증 가운데 최상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PRO' 라이센스(이하 P급 자격증) 부재가 만들어 낸 촌극이었다. 제주의 조성환, 전남의 노상래, 부천의 송선호 감독 모두 P급 자격증이 없어 불가피하게 감독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현재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클럽 라이센스 발급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클럽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선 여러 조항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라이센스가 있어야만 AFC 챔피언스 리그 참가가 가능해진다. 감독의 P급 자격증 소지는 2017년부터 AFC가 심사하는 조항 중 하나다. 그래서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 리그 출전 가능성이 있는 제주와 전남, 부천 FC가 부랴부랴 P급 자격증이 있는 감독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 기사를 접한 축구팬은 한국 축구 행정의 후진성, 지도자들의 게으름과 무능력을 꼬집고 나섰다. '무면허 운전', '무면허 의료 행위'와 비교하며 자칫 바지 감독으로 전락할 사태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AFC와 프로축구연맹은 수년 전부터 P급 자격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대한축구협회도 2018년부터는 P급 자격증 소지자만이 K리그 감독이 될 수 있음을 알려온 상태다. (기존에는 A급까지 가능) 여기까지만 보면 각 기관은 P급 자격증 취득에 대한 경고를 수년 전부터 알린 셈이고 지도자들이 자격 취득에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 각 구단 역시 자격 요건이 없는 인물을 선임하며 사태를 키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P급 자격증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규정과 현실 사이에 동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지도자 자격증은 AFC D-> C-> B-> A -> P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단계인 P급 자격증은 A급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고등 리그 및 성인 리그의 지도자로 활약해야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P급 자격증 교육이 자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통상적인 교육 시기는 2년에 1번, 취득까지는 만으로 따져 1년 정도가 걸린다.

또 1회 교육에 약 25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데 서류 신청에만 100여 명이 넘게 지원해 일단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만약 서류에서 한번 밀리면 최소 3~4년이 지나야 P급자격증을 손에 쥘 수 있다. 겨울-여름-겨울로 이어지는 교육 일정 가운데는 해외 연수도 포함되어 있어 시즌 중에 장기간 팀을 비워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도 따른다. 같은 팀 감독과 코치가 모두 교육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자격증이다. 2016년 현재 국내 P급 자격증 소지자는 약 1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K리그 감독뿐 아니라 유스 총괄에게도 필요한 P급 자격증. 규정대로만 가기에는 우리 지도자 수가 적어도 너무 적다. 그렇다고 남발돼서는 안 될 최고 지도자 자격이기에 규정과 현실 사이의 틈을 좁히는 묘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박찬하 해설위원

※위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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