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또다시 한글날과 문화의 달을 보내며

이재희

발행일 2016-10-24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차용어
세대비하 갈등조장 신조어 범람
언어문화·우리말 품격 되새겨야
학교서 글쓰기 말하기교육 강화
표준법 익힐 기회 많이 줘야
언론계, 올바른 언어문화 앞장을


2016102301001450400072191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단일민족국가였다. 하지만 국제교류가 활발해지고 출산율이 낮아져서 외국 인력이 많이 유입된 이제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낱말들이 많이 생겨났다. 언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명품과 기술 그리고 사회현상에 따라 생겨나는 말들도 있기에 차용어나 신조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세대 간에 이해와 소통이 어려워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말에서 많이 사용되는 차용어나 신조어는 한자, 영어, 일본어를 바탕으로 만들었거나, 우리말로 만든 것들이다. 한자 차용어는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차용어이다. 간단한 우리말 낱말이 없기 때문에 빌려 쓰지만 한글로 만 써 놓으면 뜻을 이해할 수 없다. TV뉴스 자막에 나온 "멸종위기 1급 장수하늘소, 야생에서 성충 우화 첫 성공"이나 신문기사 제목에 나온 "해운대 해수욕장 이안류 구조 급증"에서 '우화'와 '이안류'의 뜻을 이해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말로 풀어쓰거나 한자를 병기해서 '우화(羽化)'나 '이안류(離岸流)'로 사용해야 겨우 무슨 뜻인지 머리에 들어온다.

우리말과 한자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낱말을 한글로 표기한 경우도 이해하기 어렵다. 건설현장에서 세워진 "당 공사현장은 비산먼지를 발생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판에서 '비산먼지'는 한자를 병기하여 '비산(飛散)먼지'라고 쓰던지 '날리는 먼지' 또는 단순히 '먼지'라고 쓰면 그만이다. 또한 "가물막이댐 속살까지 드러나"라는 기사에서 '가물막이'도 '가(假)물막이'로 표기하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가. 간단한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자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적사함'은 '모래상자' 또는 '모래함'으로 쓰면 되고, '염수분사구간'은 '소금물 뿌리는 곳'으로 표현해도 글자 수의 차이가 거의 없다.

영어 신조어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차용어다. 여러 개의 영어 단어들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머리글자는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다는 이유로 교육계에서도 남용한다. 융합교육에서 사용하는 STEAM이라는 낱말은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를 줄인 것이다. 또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도 PRIME, CORE, ACE 등 영어명칭을 자주 사용한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구호나 공약, 각종 제안서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어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낱말도 적지 않다. '덕후'는 일본어의 오타쿠(オタク), 즉 '어떤 분야나 사항에 대하여 이상할 정도로 열중하며 집착하는 사람'에서 소리와 뜻을 차용한 낱말이다. 외래어끼리 조합하여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덕밍아웃'은 '덕후+커밍아웃'의 합성어로서 '자신이 덕후라는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낱말은 세대 간의 소통을 저해하기도 한다.

한글날과 문화의 달을 맞아 가장 안타까운 일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차용어들 이외에도 세대를 비하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우리말 신조어들이 범람하는 것이다. '일베충, 급식충, 한남충, 맘충, 틀딱충'처럼 사람을 벌레로 표현한다거나, '헬조선, 개저씨'와 같이 우리를 깎아내리는 말들을 사용한다.

문화는 사회의 품격을 나타내고, 언어사용 습관은 사람의 품격을 좌우한다. 한글날과 문화의 달에 언어문화와 우리말의 품격을 다시금 새겨봐야 한다. 학교에서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을 강화하여 표준어법을 익힐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계는 올바른 언어문화 확립에 앞장서야 한다.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이재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