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부정청탁 금지법'시대 공직자 등의 자세

박영렬

발행일 2016-10-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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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비공식 루트 통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제기
법규 위배된 요구 계속땐 인내심 갖고 경청해야
법 정착되려면 민원인·공무원 지혜로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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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세인들의 관심 밖에 있다가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법률 제정의 취지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시키는데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불평까지 매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고, 급기야는 '란파라치'라고 불리는 고발꾼의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법의 제정취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 온정주의로 인해 쉽게 청탁하는 관행을 부정의 시작으로 보고, 부패 빈발분야를 특정하여 그 분야의 부정청탁행위를 제재하고, 이를 통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청탁(請託)'이라 함은 '청하여 남에게 부탁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어떤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슷한 말로 '청원(請願)이 있습니다. 역시 사전을 보면 '일이 이루어지도록 청하고 원함' '(법률용어로) 국민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령의 개정, 공무원의 파면 따위의 일을 관공서 등에 청구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탁의 본래 의미와 상관없이 '청탁'에는 부정적이고 음습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습니다. 위 법률도 금지된 청탁행위를 규정하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선진국의 부패방지법제가 취하고 있는 '절차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부정청탁의 유형까지 열거한 '내용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였다는데 이는 가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반부패입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 등에게 신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각종 절차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공직자 등에게 어떤 행위를 요구하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어 그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하거나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고자 할 때 소위 '비공식 루트'를 통하지 말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려 궁금한 사항을 해소하거나, 청원법이나 민원사무처리규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민원제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청원법 등이 있었음에도, 민원인들은 해당 민원을 담당하는 공직자 등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를 원하고, 그것도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외부 식사자리를 마련하려고 하거나, 공직자 등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찾아 대신 민원을 설명하도록 하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민원인들은 정상적인 민원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까요?

민원인들은 첫째, 공직자 등이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이해했는지, 관련 규정 등을 내일처럼 충실히 검토한 것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민원인의 의도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공직자 등이 상부나 외부의 압력 또는 청탁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원인이 법규에 위배되는 요구를 계속한다는 이유로 상부에 보고하고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것으로 모든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결국, 공직자 등은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방법 이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법규에 위배되는 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가 법령개정의 요구 등 청원의 취지일 수도 있는 만큼 바로 내칠 일은 아닙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부정한 청탁으로부터 공직자 등을 보호하고, 민원인들에게도 위법한 업무처리를 요구하지 말도록 한 법이지, 공직자 등으로 하여금 법률 뒤에 숨어 경직된 업무처리, 복지부동하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부정청탁방지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직자 등의 지혜로움이 요구됩니다.

/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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