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현대차 약진이 좋지만 않는 이유

해외 생산량 국내보다 많아 격차 갈수록 벌어져
좁은 내수시장에 고임금… 파업만능주의 고질병
기아차 인수후 부품업체 계열화·중소업체 하청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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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현대기아차의 놀라운 성장이 주목된다. 지난 9월에는 기아차가 미국 텍사스에서 200㎞ 거리의 멕시코 페스케리아에 연산 40만대의 완성차공장을, 10월 중순에는 현대차가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에 30만대 공장을 각각 준공한 것이다. 내년에 중국 충칭 5공장까지 완성되면 세계최대 규모의 토요타 자동차에 근접하게 된다.

정몽구 회장의 현장경영, 뚝심경영, 품질경영이 돋보인다. 2000년 9월 자동차전문그룹으로 홀로서기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우려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중후장대형의 자동차산업은 '지옥의 카레이스보다 더 치열하다'는 게 정설인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터에 왕자의 난까지 겹치는 등 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정 회장은 1998년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적자상태의 현대차를 4천억 원대의 흑자기업으로 반전시키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2004년에는 중국진출 3년 만에 중국내 판매순위 5위로 급부상했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파산하는 등 세계자동차업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재빨리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수리' 카드를 제시해 자동차의 메카 미국에 확고한 뿌리를 내렸다. 1977년 현대정공을 설립해서 히트상품 '갤로퍼'로 국내 레저용 차량의 새 지평을 열었을 때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약진이 달갑지만은 않다. 생산능력 측면에서 국내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은 연산 530만대인데 비해 국내적으론 현대차 178만대와 기아차 160만대 등 총 338만대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1~9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03만대인 반면에 해외생산량은 332만대로 사상처음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했다. 휴대전화에 이어 현대차의 코리아 탈출이 본격화되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1996년 기아차 아산공장 건설 후 지금까지 국내에는 완성차공장 신설이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정몽구 회장이 경영을 맡아온 20년 동안 미국, 중국, 멕시코 등 9개 나라에 총 18개 공장을 신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기아차의 눈부신 성장은 100% 해외에서 조성된 것으로 이로 인한 해외고용 유발효과는 2015년 기준 현대차 4만6천여 개와 기아차 1만6천여 개 등 총 6만2천여 개에 달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대표적 사례이다.

좁은 내수시장이 결정적 요인이나 고임금은 설상가상이었다. 현대차의 파업만능주의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올해도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약 150일간 총 24차례 파업투쟁을 벌임으로써 회사에 14만대의 생산 차질(약 3조원)을 초래했다. 이윤 동기가 기업의 존재 이유인 만큼 글로벌화를 통한 계속 기업화의 당위성이 크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일자리가 아쉬운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개운치 못하다. 현대차의 과거 역사를 반추하면 더욱 씁쓸하다. 현대차 사장을 역임한 이계안 전 국회의원은 "현대차는 특히 국민들에게 진 빚이 많다"고 주장했다.

1975년 포니 탄생신화는 정부의 외제차 수입금지조치가 만들어준 결과이며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정부는 고환율정책으로 백척간두의 재벌들을 수호해 주었다. 결정적인 점은 1998년 정부가 기아차의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의 독점적 지위가 크게 제고된 것이다. 이후부터 관행처럼 해오던 국내의 자동차 연말세일이 사라졌다. 리더기업인 현대차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경쟁사들의 재고떨이 관행에 제동을 걸자 정부가 현대차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인데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헐값에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또한 현대차는 기아차를 인수한 후 플렛폼 통합과 부품 모듈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경쟁력을 높였는데 그 와중에서 소수의 대형 부품업체들은 계열화되고 나머지 수천 곳의 중소제조업체들은 현대모비스의 중간관리를 받는 2, 3차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글로벌스타 현대차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접어야 하나.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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