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가계부채 문제, 정치권에 동조할 때 아니다

심재호

발행일 2016-11-0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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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대출 '부동산·임대업'에 40% 편중
저금리가 심각한 연체율 막아줄때 대책마련 필요
고용안정·가계소득 등 상환능력 제고에 중점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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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호 경제부장
우리 경제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출금 전체의 40%가 부동산 업종에 쏠린 질적 편중 등 내용상의 문제를 들여다 보면 아찔하다. 생산성의 지표격인 제조업의 2배를 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의 과도한 쏠림이 그것이다. 이 같은 취약한 부채 구조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취업난,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급증한데 원인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정된 마당에 국내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편식까지 한 허약체질의 우리 경제가 감당할 충격이 어느 정도 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동안 거품 논란 속에 그나마 경기를 홀로 떠받쳤던 부동산 경기 거품을 속절없이 방치한 후유증치고는 문제가 너무 크다.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국내 일반은행의 업무보고서를 토대로 개인사업자의 여신 결과는 정부 당국의 시급한 대책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기업평가는 올해 상반기 현재 부동산 및 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대다. 제조업 17.3%, 숙박 및 음식점업의 10.5% 등에 비해 월등하다.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도 부동산이나 내수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치우쳐 있음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경기를 위축시키는 도미노로 연결될 것이 뻔하다. 지금 우리 경제를 빗대 정리한다면 '저금리 덕에 그럭저럭 굴러간다'는 표현이 알맞다. 세간에 지난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지금, 특히 저금리가 아직 심각한 연체율을 막아줄 때 시급히 경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온 나라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까지 겹쳐 경제의 위중한 상황에서도 온통 정치권에 함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건 이전부터 아파트 등의 집단대출 규제를 위한 고민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다. 제1금융권 대출을 막으니 제2 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만 보일 뿐 청약 열풍은 여전하다. 정부 규제 속에 개인사업자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작년 상반기 29조8천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만 39조7천억원이나 늘었다. 이자 부담이 큰 2금융권 이동은 사실상 부채의 질이 악화됨을 의미한다. 당연히 잘못된 방향성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된 가운데 저금리 영향을 받아 개인평균 부채가 가구당 1억원까지 늘어난 개인사업자들의 현실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불황에 찌든 우리 경제는 지금 1천300조원대 가계부채 시대를 맞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이미 우리 민간부채 위험도를 주의단계로 분류해놓고 있다. 이미 정상적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많은 가구는 경기불황에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보험을 깨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뚜렷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현 경제팀이 산적한 현안들을 타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경제팀은 조선·해운 구조조정 실패 뒤에 가계부채와 각종 부동산 대책에서 '결정 장애'까지 겪고 있다.

정부는 정치 게이트와 상관없이 흔들림 없는 경제정책을 펼 때다. 금융권도 담보비중이 높고 대출이 손쉬운 부동산 투기자금에 따른 추세를 꺾는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 부채 문제 해결의 이상적 접근은 고용안정과 가계소득 등을 통한 상환능력 제고에 중심을 둬야 한다. 덧붙여 청약열기를 바탕으로 그나마 살아있는 주택 경기를 단 칼에 죽이지 않는 '묘수'도 기대해 본다.

/심재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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