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텔미시네]가려진 시간

마법 세계·외계인의 습격보다 더 비현실적인…

강동원의 순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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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제공

동굴서 사라졌다 어른으로 돌아온 그
멈춰버린 시·공간 특수성 '영화 백미'
10대초반 감수성 맞춤옷 입은듯 몰입

■감독 : 엄태화
■출연 :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개봉일 : 11월 16일
■판타지·드라마/129분/12세 이상 관람가

애정인지 우정인지 모를 순수한 사랑, 하염없는 기다림과 무조건 적인 믿음…. 엄태화 감독의 신작 '가려진 시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다. 모처럼 만의 판타지 멜로 영화다.

세상이 각박하고 어지러운 탓일까, 엄 감독의 이런 순수성은 그 자체만으로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판타지 요소다. 어찌 보면 마법이 난무하고 외계 생명체와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도 더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영화의 주역은 아이들이다. 엄마를 잃은 후 새 아빠와 화노도로 이사를 온 수린은 보육원에서 자란 성민과 만나 둘만이 해석할 수 있는 암호로 추억을 쌓아간다.

둘은 친구 태식, 재욱과 함께 폭파 공사가 진행될 터널 공사장으로 놀러 가던 중 어린 아이가 간신히 통과할만한 좁은 입구의 동굴을 발견하고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묘한 빛을 내는 알 모양의 돌이 있었고, 호기심이 생긴 아이들은 이 돌을 꺼내 만져보고, 결국 깨 본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듯했지만 밖으로 나온 수린이 잠깐 눈을 돌린 사이 친구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추적에는 난항이 잇따른다. 수린은 친구들과 함께 겪은 '진실'을 줄줄이 늘어 놓지만 경찰과 어른들은 평소 수린이 귀신과 유체이탈 등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지냈다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다 며칠 뒤 수린에게 자신이 성민이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수린은 둘만의 비밀 암호를 통해 멈춰진 시간 속에서 어른으로 자랐다는 성민의 말을 믿지만 경찰은 성민을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단정하고 추적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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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 제공

영화의 백미는 멈춰버린 시공간의 특수성이다.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집에서 TV를 보던 부모님도, 담벼락에서 뛰어 내리던 고양이도 멈춰 있는 공간이다. 들리는 것은 오직 친구의 목소리 뿐이다.

비현실적 상황을 맞은 아이들이 이곳 저곳에서 보이는 독특한 행동들은 관객들에게 판타지적 요소와 시각적 즐거움을 전달하지만, 이내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건 공포에 가까운 스산함과 지독한 권태로움이다.

왜 시작됐는지, 언제 끝날 건지도 모를 이 고착은 외로움에 익숙할 법한 성민에게도 대단히 가혹하다. 그의 정신을 붙잡아 준건 오직 수린을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그러나 그렇게 간절히 염원하던 현실 세계로 돌아온 성민의 진심은 상식의 탈을 쓴 편견과 오해 속에서 당연한 듯 거짓으로 치부된다.

관객들이 상식적 거짓을 뒤로하고 비현실적 진실을 지지하도록 이끄는 건 배우 강동원의 매력이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갓 스물의 비주얼과 10대 초반의 감수성을 연기한 그는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게 맞춤옷을 입은 듯 몰입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자극이 대세인 최근 영화판에서 그가 보여주는 순수의 마력은 전통적이면서도 되려 새롭게 느껴진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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