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최순실 난국(亂國), 영웅은 없는가?

김성규

발행일 2016-11-1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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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막장드라마' 특급 조연들 충성정황 속속 드러나
대권잠룡 포함 누구도 정치생명 걸겠다는 사람 없어
하야·탄핵 등 이해득실만 따져 민심 흔들릴까 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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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회부장
최순실의 남자 차은택이 40여 일 만에 중국에서 숨어지내다 들어왔다. 비선 실세의 또 다른 핵심실세로 군림해온 차은택이 지난 8일 밤 10시 20분 인천공항 포토라인에 서서 고개를 떨궜다. 불과 며칠 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취재진을 응시,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CF 연기자처럼 눈물까지 보였다. 문화계 황태자로 막강한 무소불위 힘을 발휘해온 그가 남긴 흔적은 고양 K-컬처밸리를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추진해온 굵직한 창조문화사업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개 CF 감독이던 그가 최순실의 첫 비선 남자 고영태 전 블루K 이사를 팽 시키고 두 번째 비선 남자로 일약 등극한 배경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은택과 최순실을 연결해 준 가교자가 고영태 이외에 최순실의 친언니인 최순득씨 딸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라고 소문이 퍼지면서 최순실 막장 비선 게이트의 본류가 다시 고영태→차은택→장시호→최순득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 체육특기생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대학 측이 특기자 선발 전형까지 바꿔가며 특혜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장시호 역시 지난 1998년 연세대 체육특기생 입학전형에서 정유라와 비슷한 방법으로 특혜입학했다는 새로운 의혹보도가 속속 이어지면서 새국면을 맞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조연급 조력자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비롯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 전 문화관광부 2차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최순실 주연·차은택 특급 조연 막장 드라마에 얼기설기 배치돼 스타급 조연 발탁을 꿈꾸며 제각각 폼나는 충성 연기경쟁을 펼쳐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차은택이 대학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수석, 광고업계 선배인 송성각씨 등을 직접 추천해 등극시킬 정도여서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켰다.

항간에는 최순실-고영태-차은택 간 3각 관계에 얽힌 삼류소설보다 못한 저급한 이야기들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며 나라 전체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고영태가 마치 양심선언이라도 한 듯 '최순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라고 언론플레이를 자처하더니 검찰청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이후에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일이 다 거론할 수는 없지만 고영태를 움직이는 진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얘기가 최근에 다시 회자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이런 사태를 이미 다 예견이라도 한 듯 일찌감치 외국으로 떠나 잠적한 장시호에 얽힌 출생의 비밀설도 2016년판 신간 삼류소설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이유다.

현재 정치권 상황은 너무 난잡하고 추악해서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 대권 잠룡들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소신과 철학을 갖고 국민 앞에 책임을 지고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 2선 후퇴, 개헌 등 이해득실만을 따져보는 각자 그들만의 계산속에 선량한 민심이 흔들릴까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쯤되면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워 정계를 떠나겠다'는 양심있는 정치인 한 명쯤은 나와야 추락하는 국격(國格)에 조금이라고 제동을 걸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

여기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처가 땅 매입 등과 관련된 황제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최순실과 연결된 모든 사람이 우 전 수석은 만난 적도 알지도 못한다고 한 입으로 외쳐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데 대한민국의 영웅은 없는 것인가?

/김성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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