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어려운 시국'이지만 대입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문철수

발행일 2016-11-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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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딸 정유라 입학·학사
특혜의혹 사실로 드러나자
수험생들 엄청난 박탈감 느껴
국정농단 사태로 청소년 마음에
커다란 상처 남겨줘 '가슴 먹먹'
무력감 크지만 건강함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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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내일은 2017학년도 대입 수능일이다. 수험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지난 12년간 쌓아 온 실력을 모두 발휘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주말 수능 시험을 불과 닷새 앞둔 수험생들이 '고 3인 우리는 연필 대신 촛불을 들었습니다' 라는 피켓을 앞세우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역사의 중심엔 늘 청소년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헤집어 놓으면서 수능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이 집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상실감 때문이 아닐까?

필자 스스로도 요새 학생들 앞에 서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노력과 성실이 삶의 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고 가르쳐 왔을 텐데 이번 사태로 그 믿음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느낌이다.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점수 잘 받으면 정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나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학부모도 교사도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폐허가 되었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가 된 것은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믿음은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 차별 없이 대학 입학은 엄정한 공정성이 담보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씨 딸 정유라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많은 수험생들은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고, 사회 정의라는 개념에 대해 불신과 회의감마저 들었으리라 본다.

돌이켜 보면 수험생 시기에 1979년 10·26 사태,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을 경험한 80, 81학번 이후 이번이 수험생들에게 가장 힘든 수능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난 30여 년 전과 달리 지금은 대입 전형 공정성에까지 불신감이 들 정도여서, 가뜩이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시기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자녀, 제자들을 바라보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속도 타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최근 부정적인 사회 이슈가 끊이질 않으면서 수험생들의 고민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데, '금수저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장래 희망을 포기하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이른바 '순실증'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한계치를 넘어선 것 같다.

이처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우리 청소년들 마음에 아물기 어려운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는 점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수능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왔을까? "이기적인 마음에 촛불집회에 나가겠다는 아이들을 말렸다. 내 아이들이 희생해 가며 나라를 바꾸기보다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날까 싶다"라는 어느 학부모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수험생들의 무력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나는 이들의 건강함을 믿는다. '나쁜 어른'들을 보면서, 자신들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우리 젊은 세대의 외침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느낀다. 한편, 정말 말도 안 되는 사회 부조리를 직접 목격한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무라 생각해 본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다행히도 올해는 수능 한파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부디 수험생들의 마음속에도 한파가 없었으면 한다. 어려운 시국이지만 우리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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