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위기를 기회로 만들 정치가가 간절하다

윤인수

발행일 2016-11-2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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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 전율 '잔혹동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입건
광장서 4주째 朴퇴진 요구 '국민 집단이성' 외신 격찬
소인배 정쟁 일관 정치권 탓 총체적 난국 꼬일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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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문화부장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모자, 즉 피의자로 입건됐다. 검찰은 20일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니 역사적 사건이다. 대통령의 혐의 내용이 대기업에게 금품출연을 요구한 직권남용 및 강요와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치욕적인 혐의다. 대통령은 그 치욕을 감내할 의지를 보이는데 피해자인 국민은 스스로 부끄러워 망연자실이다. 가해와 피해의 전도에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 10월25일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 박근혜'를 마음에서 지웠다. 이후 '막돼먹은 순실씨'의 악행이 속속 드러날 때 마다 대중은 한편의 잔혹동화에 전율했다. 도대체 누가, 어떤 상황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웠는지, 20년 가까운 은둔의 세월이 왜 신화로 둔갑했는지, 공주의 여집사는 어떻게 국정운영의 1인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런 견제없이 파국을 향해 치달았는지···. 대통령의 민낯을 확인한 국민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촛불을 켰다. 네번의 주말 촛불집회에 수백만명이 참여했다. 경찰과 시민단체의 추산을 따지는게 우습다. 형편없는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 대다수가 광장의 대중과 함께했음을 보여준다.

국민은 광장에서 4주 연속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폭력의 개입을 차단하며 국민적 퇴진 요구의 진정성을 매주 이어가면서, 대통령이 훼손한 국격을 다시 세우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외신은 쓰레기를 주우며, 과격분자의 이상행동을 제어하는 100만 시민의 집단이성을 격찬하고 있다. 걱정거리는 늘 그렇듯 정치권이다. 국난의 위기에 맞서 국민이 보여주는 절제된 행동에 견주어 볼 때, 정치권은 그야말로 너무 황송한 국민을 모시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 발생이후 여야는 졸렬한 소인배 정쟁으로 일관해, 국면의 대승적 전환에 실패했다. 야권은 게이트 이후 대통령을 '식물'로 규정하고도 국정공백을 메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퇴진 요구만을 반복하면서 탄핵이라는 합법적 절차는 회피했다. 야당은 광장의 국민이 한 목소리를 요구하는 대통령 퇴진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마땅했다. 신속하게 국정공백을 메우는 정치력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았어야했다. 절호의 기회를 추미애 대표의 말폭탄과 뜬금없는 영수회담 번복으로 날려버린 지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세력은 반전의 틈을 엿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 대신 정쟁을 하는 바람에 고목이 꽃을 피울 엄두를 내니, 최순실 정국이 총체적 난국으로 꼬일까 걱정이다.

그래도 공주의 화려한 외출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대통령이 특유의 뚝심으로 직을 유지한다 해도, 권위와 권한을 인정받기는 힘들게 됐다. 돌발적인 변수가 정국을 흔들 수도 있겠으나, 스스로 민간인에게 권력을 이양한 대통령의 원죄를 덮기는 힘들다. 박근혜 신화는 이제 우화로 전락해, 미래 정치인들에게 두고두고 큰 교훈으로 회자될 것이다.

국민은 이제 권력의 공백을 채워나갈 차기 리더십을 주목 중이다. 국정공백의 장기화는 실제로 국민의 주목을 더 받기 위한 차세대 리더들의 말 폭탄 경쟁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은 이번 사태로 정치지도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양해졌고 안목이 높아졌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정치 속물들의 얄팍한 정략과 속셈이 환한 선동을 대번에 파악하는 건 식은죽 먹기다. 국민은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낼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누가 제대로 응답할 것인가.

/윤인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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