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칼럼]집단 우울

홍창진

발행일 2016-11-2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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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시스템으로 운영된 나라
이 사실 안 국민들 우울증에 빠져
촛불집회로 '대통령 하야' 외침은
건강한 의사표시라고 생각된다
증상 제거하려면 최선 다해
청렴한 사회 만드는데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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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의 원수가 국가의 헌법을 송두리째 농단하고 반성과 사과는커녕 대통령직에 보장된 불기소특권을 누리면서 법 뒤에 숨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상식도 없고 심지어 부끄러움도 모르는 대통령을 대하는 국민은 짜증을 넘어 집단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의욕은 모든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고 삶을 지탱하는 기둥인 것이다. 우울증은 이 기둥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일상의 삶을 하루하루 어렵게 지탱해 온 서민들이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일 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축구선수가 하루에 12시간씩 땀 흘리며 연습을 하고 시합에 나갔는데 심판이 공정한 규칙에 따라 집행을 하지 않고 상대방 편만 들어 주어서, 알고 보니 상대방 감독에게 거액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해 동안 이런 부정 판정이 지속되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축구 연습 할 맛이 나겠는가? 그래서 연습할 의욕이 생기지 않고 온 몸에 힘이 빠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축구라는 한 분야가 아니라 나라가 송두리째 부정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인지해 버렸으니 전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빠져 버린 것이다. 매 주말마다 계속되는 촛불집회는 이 집단 우울증을 해결하려는 국민 스스로의 대단한 노력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첫째, 그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물론 법리적으로야 증거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난리들을 피우지만 이 사회는 법리로만 인지되는 사회는 아닌 것이다. 이 사회는 법리라는 좁은 범위보다 훨씬 커다란 도덕과 상식이라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게 되어있다. 따라서 우리가 작금에 겪고 있는 집단 우울증의 원인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대중 집회를 통해 하야를 외치는 것은 건강한 의사표시라고 생각한다. 이 의사표시는 어떤 형태로라도 만족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되리라고 생각한다.

둘째, 우울증의 원인을 알았으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제거의 방법은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를 가꾸는 일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대의정치에 입각한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정치인이 아닌 이상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집단 의사표시와 선거를 통한 직접 항의 밖에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또 우울해진다. 정치인이 우리를 대신해서 잘 해 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질 수는 없다. 우울증 극복의 마지막 시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이다. 이 사건이 내 잘못으로 비롯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최선을 다 한 이상 나머지는 神에게 맡기고 내 삶을 유쾌하게 진행해야 한다. 어쩌면 흉한 진실을 본 사건이지만 신이 아니었다면 작금의 진실도 세상에 영원히 묻혀 질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 세상 돌아가는 현상은 선과 악이 항상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세상은 어쩌면 악의 어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선이 그 어둠을 뚫고 선한 역사를 만들어왔다. 선이 자라는 와중에도 악은 다시 똬리를 틀고 선을 농락하고 짓밟으면 다시 선이 그것을 극복해 올 것이다.

악의 연대가 커질 때 우리는 저마다 무관심이라는 태도로 그 연대에 가담해 온 것도 사실이다. 내 가족의 생계 앞에 어쩔 수 없이 눈 감아야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작금의 현실과 같이 사회적 대재앙이 닥쳐왔을 때 우리의 소심함도 둘러보고 비록 우울함의 찌꺼기가 내 맘을 긁고 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툭툭 털고 유쾌하게 내 길을 가야 한다.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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