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망(忘)

이진호

발행일 2016-12-0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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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터지는 국정농단 비리·의혹… 무능한 정치권…
올해엔 나라 망친 위선자들 잊고 싶은 망년회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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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6년 새해 각오를 다졌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채 한 달이 남질 않았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서 연말 모임 소식이 들어올 시기다.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동료들끼리 격려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게 연말모임의 취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을 '송년회(送年會)'라고 부르기도 하고 '망년회(忘年會)'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은 연말모임을 망년회보다 송년회로 부른다. 망년회가 일본에서 온 말이란 이유도 있고, '망'이라는 어감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뜻으로 보면 송년회(送年會)보다는 망년회(忘年會)가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망년(忘年)은 '나이를 잊는다'는 뜻이다. 이미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쓰였던 말이기도 하다. '망년지우(忘年之友)'나 '망년지교(忘年之交)'는 나이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친구로 깊이 사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한 해를 보내는 송년(送年)보다는 나이도 잊고 한해의 모든 괴로움도 잊자는 모임이 망년(忘年)의 뜻이겠다.

굳이 망년회(忘年會)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정말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해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다가오는 새해에 대해 설렘이 일기 마련이다. 올해보다 나은 목표를 세우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계획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안팎으로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다 보니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국정농단이 어디까지 치닫게 될지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일 새로운 비리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학생들과 어린아이들까지 부모의 손을 잡고 나라를 걱정하는 판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도 우리나라에는 호재(好材)보다 악재(惡材)가 더 많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이유로 연일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시대다.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국격(國格)이 바닥에 떨어지고, 대통령의 외교력은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정치판도 다를 바 없다. 여야 정당 어느 곳도 국정파탄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난국을 풀 해법보다 저마다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으니 청와대가 깔아놓은 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무능한 정치권을 믿지 못하겠다며 온 국민이 직접 나서 청와대 앞까지 달려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올해부터는 '잊을 자리'도 마음 편하게 만들지 못하는 망년회가 될 것 같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지금쯤이면 각종 연말모임으로 예약 문의전화를 받느라 바빠야 하는 데도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특수도 없을 것 같다는 푸념이다. 기업체나 관공서 관계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말모임을 갖는 게 조심스럽다고 한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자리라 하더라도 사방팔방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쓴 소주 한 잔도 마음 놓고 기울이지 못하는 세상이다. 날씨라도 궂은 날이면 퇴근 길에 회사 뒷골목 실내포장마차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취기를 빌려 불합리한 세상을 야유하기도 했다. 무능한 위정자들을 안주 삼아 악을 쓰면서 희망가를 부르던 것도 이해관계자 한 명이라도 함께하면 부정청탁방지법으로 처벌한다고 하니 이 마저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올해 연말모임은 나이를 잊고 새해를 맞는 망년회(忘年會)보다 나라를 망친 위선자들을 잊고 싶은 망년회가 될 것 같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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