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장

"지원만 바라고 차별화 안하면 소비자 발길 못돌려"

신선미 기자

발행일 2016-12-07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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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남부시장회장 인터뷰18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이 안양 남부시장에서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전통시장을 지켜 내겠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냉난방 취약 단점 볼거리 제공 등으로 경쟁력 높이는 방법 찾아야
장사 경험없어 공산품 판매한지 18년… 아이들 못챙겨 마음 아파
다른 상인도 다를바 없어 복지 담당할 '대하 협동조합' 출범 팔걷어
병원·요양비 등 노년기 부담 줄이는 게 목표… 복지재단 확대 꿈꿔

안양 남부시장회장 인터뷰24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아케이드와 주차장을 설치해주고 대형마트를 강제로 쉬게 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은 '전통시장에 돈만 퍼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을 두고 '떼만 쓰는 집단'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늘었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일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을 만나자마자 가시돋친 말을 쏟아냈지만 그는 반박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전통시장이 소비자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전통시장에 주차장이 생기고 비가림막이 만들어지면 궁극적으로는 시장 상인들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시장을 찾아주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시설을 따라갈 수 없는데도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만 바란다면 당연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시장이 냉난방에 취약한 대신, 대형 유통매장들이 하기 어려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하는 거예요. 정례화된 공연이든 정비된 산책로든 볼거리를 위해 시장에 온김에 콩나물 한 봉지라도 사서 돌아간다면 그만한 경쟁력이 없지요. 회장 취임 이후 4년 만에 45개였던 시장 수가 97개로 2배 이상 늘었어요. 아직도 시설이 심하게 노후화한 곳의 경우 시설현대화 작업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전통시장 스스로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결코 돌릴 수 없을 겁니다."

봉 회장은 사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 영업사원이었다. 현대자동차에 몸담았던 그는 직장 동료들과 동아리 활동으로 운동을 하다 다치는 바람에 3개월 가량을 휴직해야 했고, 영업사원 특성상 3개월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섰다.

결국 IMF 시기와도 맞물렸던 지난 1998년 2월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안양남부시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좌절하지 않고 야심차게 재기를 꿈꾼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보통의 30대 초반 청년이라면 인생의 2막을 열 직장으로 전통시장을 택하지는 않을 터였다.

"원래 지금 가게는 장인어른이 닭과 달걀을 판매하던 자리였어요. 당시에는 월급쟁이로 사는 것보다도 내 장사를 해보자는 마음에 장인어른 가게를 물려받아 아내와 장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장사를 해본 적이 없으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닭이나 생선은 생물이어서 자신이 없었고, 공산품은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팔지 못하면 새 상품으로 교환해 준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이곳에서 공산품 판매를 해온거예요. 물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새 상품으로 바꿔주는 경우는 없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기업 다니는 동기들은 부장도 되고 상무직도 달았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시장상인으로 산 18년이 후회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후회했던 적이 많아요. 큰아들이 해병대에서 군 복무 중인데 첫 면회를 가서 아버지한테 하고 싶었던 말 있으면 하라고 했더니 '어릴 적에 많이 외로웠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18년간 매일 새벽 4시에 가게 문을 열고 밤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돌봤을 리가 있겠습니까. 막내아들이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데 아내가 새벽 4시에 나왔다가 7시에 잠깐 집에 가서 애를 깨우고 밥먹여 학교 보낸 뒤에 다시 일하러 오는 모습을 보면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커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다면 더 살뜰히 챙겨주며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안양 남부시장회장 인터뷰

그의 아쉬움과 후회는 경기도 내 전체 시장 상인들의 그것과도 일맥상통했다. 시장의 근무여건이나 생활패턴은 어디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임기 내 책임지고 추진한 것도 바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복지를 담당할 '대하 협동조합' 출범이었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넘어 실제로 자녀들이 어렵게 살아가 부모가 생활을 책임져야 하거나 자녀의 이혼으로 손주를 맡게 되는 조손가정 상인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시장 상인들은 전부 고령화해 당장 병원비나 향후 요양병원비에 대한 부담도 떠안고 있는 상황이에요. 정부에서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주고는 있지만, 조직의 외형만 잘 되는 것이 전부는 아니죠. 경기도 내 전체 시장 상인이 대략 7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매달 1만원씩 모으면 7억원입니다. 개별 상인들을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대하 협동조합입니다."

현재 협동조합 출범을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고, 조합 이사진도 모집하고 있다. 조합이 요양병원과 연계하면 상인들의 노년기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에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는 상인복지재단으로까지 조합이 확대되는 것이 봉 회장의 목표이자 계획이다.

"조직원이 건강해야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지겠지요. 아무리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고 해도 과거 없는 현재는 없듯이 더욱 튼튼하고 건강한 경기도상인연합회를 만들어 전통시장을 지켜내고 싶습니다. 또 30대 초반부터 청춘을 바쳐 이 자리까지 왔으니 기회가 된다면 전국상인연합회장직에도 도전해 경기도를 넘어 전국 시장 상인들을 위한 복지재단을 세우고 싶습니다."

글/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안양 남부시장회장 인터뷰20

■봉필규 회장은?

동아리 활동 부상으로 휴직
IMF 맞물려 대기업 영업직 그만 둬
안양남부시장서 열린 제2의 인생
이후 그는 7만 상인들의 대표가 됐다


▲ 1966년 7월 5일생
▲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 안양시 물가 안정 위원회
▲ 경기도 SSM 사전조정협의회 위원
▲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산업연합회 상생분과 위원
▲ 안양남부시장상인연합회 회장
▲ 전국시장상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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