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꼭두각시놀음

이영재

발행일 2016-12-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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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이 불러온 대통령 탄핵 국회 통과
中 '요 임금'처럼 덕망있는 인사 찾으려는 노력 필요
국민들 사생활·능력보며 걱정없어야 훌륭한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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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통과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헌법과 법률 위반 혐의를 주요 사유로 탄핵 소추를 받은 박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 행사가 이날 저녁 정지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진다. 최순실 게이트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각종 국정 관련 서류를 넘겨받고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등의 불법 모금에 관여한 데다 딸의 입학 부정까지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고, 박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거나 도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분노한 국민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어 나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9일 첫 주말집회 이후 12월 3일까지 6차례 동안 보여준 국민들의 뜻은 결국 국회 탄핵안을 가결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과 관계없이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매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와 주말 대규모 광화문 문화제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중국 한(漢)나라 영제(靈帝, 156~189년) 때 십상시(十常侍)를 떠올린다. 환관(宦官) 열 명이 나서 어린 나이에 즉위한 황제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이들 10인의 환관을 일컬어 십상시(十常侍)라 한다. 관직에 가격을 매겨 팔고 토지세를 늘리는 등 호가호위하는 환관들이 횡행했다. 궁궐은 국가 최고 권력기구인 황제의 공식적인 집무실이자 사적 생활의 공간이다. 당시 궁궐에는 황제와의 사적인 관계를 이용하여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는 황후의 일족인 왕의 외척(外戚) 세력과 후궁을 돌보기 위해 설치된 환관(宦官)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세력다툼 속에서 황제는 '꼭두각시'가 됐다는 평가를 한다.

중국 고대 전설상의 임금이라 추앙받는 요(堯)는 임금의 자리에 올라 칠십 년 동안이나 세상을 잘 다스렸다고 한다. 요는 임금의 자리를 세습하지 않고, 순(舜)에게 그 자리를 물려줬다. 요와 순은 하늘과 땅의 법칙을 본받아 세상을 다스렸다고 한다. 순리를 따랐고, 백성의 뜻을 따랐다는 얘기다. 훗날 역사는 "백성들의 생활은 풍요롭고 여유로워 심지어는 백성들이 군주의 존재까지도 잊고 격양가를 부르는 세상이었다"고 적고 있다. 또 "정치는 가장 이상적인 선양(禪讓)이라는 정권 이양 방식으로 다툼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

국민들이 든 촛불이 의미를, '엄중한 뜻'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디선가에서 나타날 '우주의 기운'을 기대한다면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선양했듯 주변을 돌아보며 덕망있는 인사들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지 못해서 '불통인사'가 되지 않았을까.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선 사생활이나 자신의 능력이 그대로 노출된다. 국민들이 그대로 노출된 지도자의 사생활이나 능력을 보며 걱정하지 않아야 진정 훌륭한 지도자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형술사(人形術士)에 의해 꼭두각시놀음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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