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칼럼]우리 사회를 떠도는 정경유착이라는 亡靈

이영재

발행일 2016-12-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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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창피한 손 내밀지 말고
기업인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나라 망치는 '망령' 퇴치 못하면
국민들 또 촛불들고 광장 나설것
재벌총수들 이번 청문회 계기로
존경받는 기업문화 만들어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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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논설실장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일선에서 물러난 건 기업가로 절정기를 맞았던 1901년 , 그의 나이 66세때였다.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감히 2선 퇴진을 요구하는 이도 없었다. 그런데 '퇴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젊었을땐 부(富)를 축적하고, 늙어선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재산'과 '체력'과 '시간'을 자선사업에 모두 소진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그는 재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그리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후에도 '부'라는 것은 개인의 소유는 물론, 가족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

카네기는 '부는 신이 자신에게 잠시 맡겨 놓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떠한 역경에 처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성격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부에 대한 확고한 철학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절대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문어발식 경영이란 있을 수 없었다. 오직 철강산업에만 매진했고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그런 그를 미국인들은 존경했고 사랑했다.

1988년 12월 14일 5공 청문회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이 출두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일해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모금한 사실과 관련해 "정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 1차는 날아갈듯 내고 2차는 이치에 맞아서, 3차는 편하게 살려고 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리고 5년 후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였던 정 회장은 대선에 출마했다. 재계 총수의 역할에만 머무르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재력을 바탕으로 '대권도전'이라는 '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끝없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한국 정치판의 천박한 속성을 너무도 잘알고 있던 그 였지만, 어찌됐건 그의 도전은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이 실패한 것이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YS가 실패한 것이라고 믿었다.

28년이 지난 2016년 12월6일, 5공 청문회에 섰던 삼성, 현대차, SK, LG, 한진, 롯데 총수의 2,3세 경영인 6명이 또다시 '정경유착'을 질타하는 청문회에 섰다. 국민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8년전으로 돌아간 착각에 빠졌다. 모든게 다 변했지만, 고질적인 정경유착은 마치 악마의 주문에 걸린 듯,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말 비극적인 날이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후진 국가에서 일어나는 고질적인 정경유착이라는 망령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떠돌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슬픔이다. 공분과 의혹을 불러 일으킨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로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의 원인은 따지고 보면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28년전 청문회 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치욕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위험수위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이번 촛불시위에서 '재벌 해체' '재벌 총수 구속'이라는 피켓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돈만 된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대는 재벌들의 '식성'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 부의 사회 환원보다, 정치 권력과 손 잡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나아가 대물림하려는 재벌의 행태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경유착 망령'이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다. 정경유착의 폐해는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더 심각하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지 못하면 미래는 여전히 우울할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이 나서라. 은밀하게 또는 당당하게 구걸하듯 손을 벌렸던 정치인들은 그 부끄러운 손을 다시는 내밀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준다고 유혹해도 넘어가선 안된다. 나라를 망치는 그 '망령'을 이번에 추방시키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서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재벌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를 좌우명으로 삼았던 카네기의 기업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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