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우리 대학들이 상아탑의 기능을 회복하길 바라며'

문철수

발행일 2016-12-1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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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기업들의 인문학도들
창의력으로 엄청난 성과에 자극
국내 기업도 인문학적 교양 갖춘
신입사원 채용하려는 노력 보여
더 늦기전 다양한 인재 육성하는
기반 조성에 대학들 매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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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한 해를 보내며 자주 쓰는 단어이지만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어울리는 2016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고, 지난 7일 2017학년도 수능 성적이 발표됐다. 수능일 당시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이른바 '불수능'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특히 상위권의 변별력이 강화됐다고 한다.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일찌감치 내년도 수능 준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매년 반복되는 수험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하며 우리의 대학이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았다.

흔히 대학을 상아탑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아가 코끼리의 엄니이고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아탑은 귀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 상아탑이라는 표현은 사실 아카데미즘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비꼬는 경향이 강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 상아탑(象牙塔)의 어원은 프랑스의 평론가 생트 뵈브(Sainte Beuve)가 세속적인 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고 고고한 예술지상주의 입장을 취한 19세기의 프랑스 문인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를 평가한 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상아탑의 의미가 현대에 와서 긍정적으로 변용되었지만, 이른바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일컬을 때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실의 맥락과 다름'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현실 이상의 중요한 가치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거나, 현실에 쓸모없는 것들을 가르치고 연구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대학과 사회, 엄밀하게 말해 이상과 현실 사회의 괴리를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돌입하게 되었다.

특히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인 이른바 문사철(文史哲)은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으로 취급받게 되었고, 많은 학과가 비자발적으로 융합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졸업생의 취업률을 통해 학문의 가치를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진리'와 '정의'를 배우는 상아탑이라기보다는 취업을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학문 분야는 공학계열이었다.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공학계열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커졌다는 사실(11년 40.8%→16년 52.4%)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2011년에 가장 많이 선호하는 학문이었던 인문사회계열에 대한 선호도(11년 50.8%→16년 41.2%)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우리는 이쯤에서 대학의 존재 가치에 대해 다시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생산 현장과 괴리된 학문은 정말 쓸모없는가? 경제 시스템의 효용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논의만 필요하고, 인간성과 인류의 역사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한 것인가? 사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필요하긴 한데…'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기업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명제와 당장 결과를 낼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명제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정부의 교육정책은 전자의 방향 쪽으로 대학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최근 국내 기업들에서도 인문학적 교양을 가진 사원들을 뽑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구글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인문학도들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성과들을 낸 것에 자극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인문학적 토양이라는 것이 결코 단시간에 형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개간하고, 거름을 주어 토질을 좋게 함으로써 땅심을 키워야만 진정 영양가 높은 작물을 키워낼 수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것이 상아탑에 틀어박혀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우리 대학들이 다양한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는 기반 조성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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