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도시 속의 예술, 예술 속의 도시

원제무

발행일 2016-12-2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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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예술작품 만나면 숭고함 느껴
그것이 바로 도시의 품격이다
시정지도자·예술가·전문가들
서로 지혜 모아 창의성 기반으로
도시의 예술성 제대로 키워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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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무 한양대 교수
왜 눈으로 보이는 똑 같은 도시경관이라도 사람이나 예술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인가? 겸재 정선은 먹 붓과 화선지만 달랑 가지고 북악산에 올라 인왕산, 남산, 관악산, 청계산, 남한산까지 먹빛으로 그려냈다. 겸재는 비구름, 하늘, 솔바람을 모두 여백으로 비워 놓았다. 그는 사물을 다 드러내지 않는 여백의 미를 남겨 논 것이다. 세잔은 자신이 그렇게 감동을 받아 명작을 남겼던 생트 빅투아르 산의 풍경을 매일 보고 지나가는 농부가 그 풍경에 대해 전혀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안개 속의 런던이라는 경관에 대해 평소 사유하는 사람은 '안개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안개로 인해 감기 걸릴라'라는 말을 대신 한다고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는 같은 경관이라도 나름 독특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사유한다. 이런 창의적 사고가 창조공간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에서 바로 창의력이 나온다. 창조경영이나 창조도시의 출발점은 바로 예술이다. 때론 창의성이 인본주의 도시에 반하는 도시계획 철학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도시건축가인 르코르비지는 근대화란 미명 아래 도시계획에서 과거의 모든 것을 지우는 설계원리를 제시한다. 역사와 관계없이 주거, 상업 등으로 지역지구화(zoning)했다. 초고층과 대로위주의 도시를 만들었다. 초고층 중심의 고밀도 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시간을 지워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도시나 지역이 생존하려면 그 도시만의 독특한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예술성이란 시민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재를 아우르는 예술성이란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미술관이나 극장, 그리고 공공예술은 현대인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산소탱크이다. 시민들에게 창의적인 공간은 절실하다. 예술가의 혼과 끼가 묻어있는 작품은 사람들 마음속의 감성을 건드리고 뇌에 창조적 영감을 준다. 이 때문에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마(MoMA)나 구겐하임미술관을 찾는다. 제철소와 철광석 광산의 도시 빌바오가 프랭크 게리라는 건축가를 잘 만나 '구겐하임 뮤지엄'이란 세계의 건축아이콘으로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다. 런던 테임스 강변의 문 닫은 화력발전소가 모던 갤러리로 변신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화력발전소 하나가 통째로 전기가 아닌 예술과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발전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도시문화는 시대, 시대 마다의 마음의 표현이다. 거리를 걷다가 공연이든, 갤러리든, 공공예술이든 마음에 드는 예술작품을 만나면 숭고함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정성이 있고 마음의 나눔이 다가오는 예술작품에 더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그게 바로 도시의 품격이다. 공공을 위한 예술에는 이상이 있어야 한다. 이상이 그 도시를 추동하고 이끌어 가는 정신이 아닌가.

예술·문화적으로 강한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창조계급이 몰려들어야 한다. 창조도시는 창조적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예술가는 물론 기업인, 과학자, 공무원, 주민 등이 혁신적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이다. 도시에는 창조성을 창출할 수 있는 예술성, 경관성, 쾌적성이 있어야 한다. 플로리다의 '3T'(기술, 인재, 관용), 제이콥스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토대로 한 창조적 커뮤니티' 등이 갖추어진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시정지도자나 예술가,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은 서로의 지혜를 모아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도시의 예술성을 제대로 키워내는 일이다.

/원제무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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