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환대와 관용의 도시

김창수

발행일 2016-12-21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로마제국, 관용의 원리 작동되면서 초강대국 발전
이민자의 나라 미국 몰락한다면 '불관용'이 원인
외국인10만 글로벌시티 인천의 미래 좌우하는 관건

2016122101001365800066231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이는 떠돌이 노인으로 변장하고 이타케로 돌아온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걸인으로 변장한 옛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오디세이를 나그네의 한 사람으로 맞아들여 정성껏 대접한다. 오디세이가 고마움을 표하자 에우마이오스는 태연히 말한다.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우주 만물이 '신'이었으며, 특히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은 매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인간들의 집을 찾아온다고 여겼다. 낯선 곳에서 오는 이방인에 대해 조건없이 '환대(hospitality)'하는 것과, 신들에게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는 그리스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손님에 대한 환대가 그리스인들의 일상이었다면 역사적으로 명멸했던 모든 제국들은 군대의 힘이 아닌 '관용'으로 유지되었다. 신흥 제국인 미국의 전략도 문화적 관용이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미국이 물질문명 뿐 아니라 정신문명에서도 최고 수준의 나라임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비결은 '멜팅팟(melting pot)' 정책, 용광로처럼 이질적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예일대학의 에이미 추아(Amy L. Chua) 교수는 '제국의 미래'에서 고대 페르시아로부터 오늘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2천500년 동서양 제국의 흥망사를 개관하면서,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이 가진 공통점은 관용이라고 분석했다. 관용이란 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의미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인종과 종교,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생활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제국의 경우 다양한 출신 배경의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관용의 원리가 작동되면서 초강대국으로 발전했다. 아시아의 제국 원(元)과 당(唐)의 성장 과정도 비슷했다.

그러나 이민족들의 동화가 실패로 돌아가고 불관용과 오만으로 흐르면서 로마의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지적이다. 이민족의 문화를 수용하고 공존하는 것이 초강대국 형성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민자의 나라로 성장한 현대 제국인 미국이 몰락한다면 패권주의와 불관용이 원인이 될 것이다. 이민자 문제와 환경 문제, 중동 정책 등에서 강력한 불관용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의 쇠락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불관용의 극치를 보여주며,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며 미국의 영광이 아니라 세계제국 고립과 몰락을 촉진하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현대 도시들도 세계도시(world city) 혹은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도시는 다문화주의 도시이며 이주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법적으로 평등을 보장하며, 박해나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온 사람들에게도 도시의 문을 열어주는 관용의 도시를 말한다. 다문화도시 비전은 국내 입국 외국인의 70%가 거쳐 가는 도시, 외국인 거주자가 10만에 달하는 도시인 글로벌 시티 인천의 미래를 좌우하는 관건 중의 하나이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김창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