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팔도유람

[新팔도유람]포항 과메기

구룡포 바람이 빚어낸 '겨울 별맛'
1 대나무에 건조되는 꽁치 편과메기
대나무에 건조되고 있는 꽁치 편과메기.

온도·습도 독특한 자연해풍 '최적지'
배 따 말리는 편과메기 7일이면 완성
비린 맛 줄이고 쫀득함 높여 '대중적'
통째건조 '전통방식' 특유 식감·맛 유혹

대나무·도로 벗어나 위생 개선된 덕장
역사 재현한 문화관등 '볼거리'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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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깃들고 자연이 만들어낸 전통 음식, 과메기가 있다. 구룡포 주민들은 유독 여기서만 최상의 과메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곳만의 독특한 바람 덕이라고 한다.



한 과메기 덕장 주인은 "인근 호미곶 주민들이 서운해 할 수 있는 얘기"라며 "희한하게 호미곶 강사리에서 구룡포 석병리로 넘어오는 순간 온도·바람·습도 모두가 다른 세상처럼 변한다"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과메기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구룡포라는 자부심을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구룡포에선 집집이 과메기를 건조하고 있다. 전문 과메기 덕장은 400여 곳에 달하지만, 해안가 집들도 따지고 보면 소규모 덕장으로 봐야 한다.

1~2년 전만 해도 찬바람이 불면 구룡포 해안도로를 따라 기름을 뚝뚝 떨어뜨리며 건조되는 과메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쌈배추 위에 김, 미역, 파, 마늘, 고추를 얹고 초장에 찍은 과메기를 한 쌈 싸면 입에 넣기도 전에 군침이 돌았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이 과메기 위생 문제를 다룬 이후 해안도로에서 말리는 모습은 찾기 어렵게 됐다. 뭔가 '원래 거기 있어야 하는 것'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하늘을 날던 갈매기들이 방파제나 가로등에 앉아 쉬며 담장 너머 꾸덕한 과메기에 입맛을 다시는 모습은 아직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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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런 과메기 차림.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요즘 과메기 vs 옛날 과메기

요즘 즐겨 먹는 과메기는 '편과메기'이다. 구룡포에선 꽁치의 배를 따 말린다는 의미에서 '배지기 과메기'라 불린다. 전통 방식인 '통과메기'보다 상품 출하가 빠르다는 이점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구룡포 과메기의 대부분은 편과메기로 생산된다.

편과메기는 10월 중순부터 생산할 수 있으며, 일주일 남짓 건조 기간이면 맛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부패되기 쉬운 통과메기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2월이 돼서야 건조할 수 있고, 건조 기간도 2주 이상 거쳐야 한다. 편과메기는 내장을 모두 제거하고 반으로 갈라 해풍에 말리는 전통 방식으로 이뤄진다.

손질하지 않은 꽁치를 새끼줄로 엮어 한 두름(20마리)씩 말리는 통과메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편과메기 방식은 비린 맛을 줄이고, 쫀득한 식감을 높여 과메기를 대중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렇다 보니 통과메기는 옛날 과메기가 됐다. 그래도 구룡포 해안가를 돌다 보면 집집이 담장 안쪽에 걸려 있는 통과메기를 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과메기 하면 역시 통과메기'이기 때문이다. 식구들끼리 먹으려고 담장 안,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두세 두름씩 새끼줄에 엮어 지금도 통과메기를 말린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새끼줄에 걸린 통과메기를 보면 "이걸 어떻게 먹지"라며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대가리와 내장을 함께 말린 통과메기의 불그스름한 빛깔, 특유의 식감과 맛은 먹어본 사람만의 것이다. "직접 껍질을 벗겨가며 손질해 먹어야 하는 수고는 그 맛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고 통과메기를 널던 한 노인은 말했다.

5문화관
과메기 문화관 전경.

■'명품' 과메기, 구룡포서 먹어볼까?

요즘에는 과메기를 전화 주문만으로도 전국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지만, 구룡포 특유의 바람과 온도, 습도 속에서 말린 과메기는 현지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옛 멋과 정취가 사라진 측면은 있으나 위생적으로 크게 개선된 과메기 덕장 구경은 덤이다.

편과메기를 널던 대나무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뀌었고, 꽁치를 손질하는 일꾼들은 위생복 차림이다. 대형 덕장들은 건조시설까지 마련해 외부 유해환경과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과메기를 생산하고 있다. 포항구룡포과메기생산자협동조합은 이를 '명품 과메기'로 이름 붙였다.

구룡포에는 '과메기 문화관'도 있다. 지난 9월 정식 개관한 이 문화관은 과메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며졌다. 옛 구룡포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모형이며,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식당, 선박 등을 둘러보다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의 볼거리로 채워져 있다.

바다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 어른, 아이 모두 즐겁게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문화관 아래로는 일제강점기의 구룡포를 복원한 '구룡포 근대문화 역사거리'도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전통의상을 빌려주는 상점이나 일본 문화체험 시설도 생겨나고 있다.

포항구룡포과메기생산자협동조합 김영헌 이사장은 "예전 강원도에서 과메기를 말리려던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이것은 포항 구룡포의 자연조건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해준다"며 "직접 구룡포를 방문해 과메기를 맛보고, 체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매일신문/배형욱기자 pea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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