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포스트 박근혜, 패권의 해체로 출발해야

윤인수

발행일 2016-12-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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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선포 '박근혜 정권 사망선고' 변할 가능성없어
사람이 변하지 않으니 제도변화 절실 '개헌이 대안'
위기틈새 사익추구 하려는자들 퇴장위해 촛불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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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문화부장
역사의 흥망성쇠는 반복된다. 변하지 않는 건 흥망성쇠의 파도를 타고 계속 이어지는 역사의 항상성이다. 규모의 고저장단은 있을지언정 파도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이자 역사의 순환법칙이다. 탄핵정국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쇠락의 길로 들어섰지만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다른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 박근혜의 몰락을 거름삼아 희망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박근혜의 쇠락과 함께 운명의 절벽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흥망과 성쇠의 기로에 서 있다.

흥분과 선동의 시간은 지났다. 대통령 박근혜는 탄핵 소추되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진행 중이고 특검은 어둠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헌재의 심판을 두고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과 반대하는 촛불이 부딪힌다지만, 역사와 시대는 사실상 박근혜의 종언을 선포했다. 만에 하나라도 헌재가 탄핵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내릴지라도, 민심이 선포한 박근혜 정권의 사망선고가 변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헌재의 탄핵 여부와 신속한 판결을 조르는 일에 촛불을 켤 필요가 없다. 이제 국운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촛불을 밝혀야 할 때다.

박근혜 이후의 시대를 모색하려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박근혜까지의 시대를 성찰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자부심에 가려졌던 시대적 폐해를 직시하는 것이 성찰의 화두이다. 국가의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시민의 열정으로 민주화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을 사장시켜왔다. 경제성장을 이끈 군정세력은 시민의 권리를 강제로 유보한 독재적 패권주의자들이었다. 또한 민주화를 쟁취한 시민세력의 지도자들은, 그 공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권위적이고도 집단적인 패권주의를 키워왔다. 서로 자신의 신념에 박제돼 양립불가를 외치면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위대한 성취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려 왔다.

경제성장 세력을 대의하는 자들과 민주화 세력을 대의하는 자들이, 철 지난 신념과 이념의 대결에 빠져 공화의 정신을 훼손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시대착오가 불행한 시대의 원인이다. 보수 패권의 상징인 박근혜의 몰락은 패권 일각의 붕괴에 불과하다. 보수 패권이 몰락한 자리에 진보 패권이 들어서면, 보수 패권은 상처를 치유하고 더욱 지독한 패권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패권을 패권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래서 최악이다. 하나의 패권이 다른 패권에 기대 생명을 이어가며 대한민국에 뿌려놓은 갈등, 해체, 분열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다.

촛불은 진영을 불문하고 어둠과 공존하는 모든 패권을 거부하는 시대의 아우성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박근혜가 대세를 역류하지 못하듯, 촛불을 패권의 발판으로 삼는 제2, 제3의 패권적 정치공학도 촛불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위기를 사적·정파적 이익으로 환원하는 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위기를 진정한 위기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새로운 진로를 비추는 자가 지도자다. 시대가 켠 촛불파도는 지도자의 각성과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으니 제도의 변화가 절실하다. 공화의 가치를 실현하고 시대의 과제를 실천하며, 새로운 삶의 규범을 세울수 있는 제도의 변화. 개헌 말고는 대안이 없다.

시민이 변했다. 지도자의 손가락만 보지 않는다. 그 손가락이 공화를 가리키는지 공멸을 겨냥하는지 분별하는 집단지성이다. 반성과 참회 없는 구태 정치는 도태시킬 것이고, 공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의 출발을 축복해줄 것이다. 흥분과 선동의 시간은 지났다. 잠시 침묵하고 관찰하고 사색하면 위기의 틈새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정상배, 모리배, 협잡배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추악한 과거를 위기의 소동에 버무려 세탁한 뒤 완장 차고 낙인찍기에 나선 위선자들이 보일 것이다. 그들을 향해 퇴장을 명하는 촛불을 켜야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윤인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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