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그렇지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이윤희

발행일 2016-12-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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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연말연시가 되면 언론사에는 각종 미담사례 소식이 밀려든다.

올해도 좋은 일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언론사 측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얼마전 일이다.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왔기에 무심히 넘겼는데 이튿날 또 전화가 왔다.

경기 광주에 사는 한 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연이 기사화될 수 있느냐'고 문의해왔다. 솔직히 말하면 꼭 기사화 해야 한다며 간곡히 부탁해왔다. 이 노인은 올해 73세의 할아버지로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가족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 본인 말로는 '평생을 사회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을 갖고 살아왔는데 이번 일로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말을 꺼냈다.

"올 여름 폐가 좋질 않아 병원 치료를 받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생활비(40여 만원)가 전부인 상황에서 (입원이) 부담이 됐지만 몸이 워낙 안좋아 짧게 입원하고 퇴원했다. 그런데 한달 뒤 상태가 더 나빠져 재입원하는 상황이 됐다"는 할아버지는 당시 눈앞이 막막해 이대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가 강경하게 입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뜻을 따랐지만 막상 퇴원날짜가 다가오자 할아버지는 걱정이 앞섰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의료비 할인혜택이 있었지만 이 할아버지는 수술비를 내고 나면 사실상 생계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퇴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술비가 모두 정산됐으니 퇴원해도 좋다는 병원 측 얘기가 있었고, 내용을 알아보니 해당 의사가 안타까운 할아버지 사정을 알고 자비로 병원비를 내준 것이다.

할아버지는 너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시할까 하다가 '여러 사람에게 이런 훌륭한 의사분을 알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언론사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제보를 받고 바로 해당 의사를 찾아갔다.

바쁜 진료시간에 짬을 내 만난 미담사례의 주인공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일부 선행 주인공들이 그렇듯 이 의사도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아 설득하려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지만 이 사례(의사가 환자에게 의료비를 받지 않거나 하는 등의 행위)가 의료법 위반(의료법 제27조)이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본인은 기사화되지 않아도 좋으니 이 할아버지가 앞으로 의료비 혜택을 볼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언론이 찾아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할아버지의 병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인데 잘 먹고 잘 쉬어야 상태가 호전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사회가 나서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긴급의료지원제도라는 것이 있지만 1번밖에 쓸 수 없어 할아버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는 해당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신중하다고 한다.

너도나도 힘들다고 외치는 요즘, '그렇지만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 일깨워주는 분들이 많아 고마울 따름이다.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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