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국민주권과 헌법재판소

최창렬

발행일 2016-12-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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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사임' 국민 요구로 국회서 탄핵 이끌어
가능한 범위내 '인용 결정 여부' 헌재 의지가 관건
판결 핵심은 탄핵사유 판단 아닌 '대통령자격 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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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를 훨씬 넘게 압도적으로 가결되고, 최종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심리로 넘겨졌다. 그러나 촛불민심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을 정지시키고 최종 임기를 중단시키는 절차는 헌법에 따라 행해지는 게 법치주의에 부합한다. 정치는 법치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상적인 정치질서의 핵심원리로 법치를 강조했으며 자연법 사상과 로크, 칸트, 벤담, 밀 등 근대자유주의자들은 법의 지배를 정치질서의 근간으로 간주했다.

헌재의 재판이 법적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압도적으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여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안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종 탄핵 여부는 헌재의 9명의 재판관에 달린 운명이 되었다. 주권자의 일반의지가 부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헌법도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하곤 상정할 수 없다. 물론 1987년 국민에 의하여 개정된 헌법에 따라 설치된 헌재의 존재가치를 부인하자는 게 아니다.

여기서 헌재의 존재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기본원리로 한다. 그러나 다수는 종종 숫적 우세로 소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다양한 운영 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가 최고의 가치가 아닌 이유이다. 이러한 다수의 전제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헌재의 존재이유이다. 물론 대법원이 아닌 헌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의 논쟁은 별도의 영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대리인을 통해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뇌물죄가 담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이는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주변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과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을 하다 생긴 일이라는 인식의 연장이다.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현장조사도 무산되었다. 헌재의 심리가 의외로 길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들이다. 헌재 재판이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뿐만 아니라 구두변론과 공개변론 등 절차에서 피청구인(대통령)이 시일을 얼마든지 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헌재심리가 장기화되면 국정 난맥으로 국민의 인내는 한계치를 넘을 수 있다.

미국의 헌정사는 헌재로 대표되는 입헌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고화된 민주주의를 필요로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독립혁명을 기화로 급격히 증폭된 인민의 정치참여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자체의 고유한 연방주의 체제를 수립할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에 의해 고양된 인민주권의 원리도 개인과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지배와 대의제를 수용하도록 추동했다. 이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발전한 이후에야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현대적 의미의 법치주의가 확립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로 법 체계가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보다 권위주의 정권의 전위로 작동했던 뼈아픈 한국의 헌정사에 비추어 볼 때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권위주의와 보수주의가 강고한 지배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에서 사법부 특히 대법원과 헌재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적 가치와 원리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만 볼 수 있을까. 이는 현재의 국면에서 너무나 단순하고 안이한 생각이다. 헌재소장이나 재판관들의 직선제 선출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주권자의 압도적 요구와 대의기구인 의회의 절대적인 찬성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가. 헌재가 법률적 테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대한 이른 시기에 인용 결정을 내리느냐의 여부는 헌재의 의지에 달렸다. 헌재의 판결은 각개 탄핵 사유에 대한 유무죄의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통령 자격 유무가 핵심이다.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 유무 논쟁이 필요한가.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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