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

[시인의 연인]겨울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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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1950~)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정호승(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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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누구나 흔들리며 살아간다. 고요함 속에서도 요동치는, 그 마음은 외부 충격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매 순간 만져지지도, 잡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속 깊이에는 쉽게 변하지 말아야 하는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은 자신 내부에 있기에, 그것을 지키는 것 또한 스스로의 몫이 된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오히려 그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꺾이지 않고,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것이다. '겨울강 강언덕에' 있는 갈대는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그대로 흔들릴 뿐이다.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 기다림과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는 그리움을 버티는 갈대를 볼 때, 강하다는 것은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갈대"에서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로 살아있다. 진정으로 고독하다는 것은, 흔들리는 것을 흔들리지 않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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