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김영란법 폐기하자

이한구

발행일 2017-01-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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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숙박업소 '된서리'… 한우·화훼농가도 피해
'유전무죄 척결' 더 시급… 서민경제 더 망가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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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 객원논설위원
올해도 '닥터 둠'들이 정유년의 한국경제 전망들을 쏟아냈는데 예년에 비해 비관적 예측이 훨씬 우세하다. 한반도에 먹구름대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때에 치료를 못 받았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으나 점괘란 틀릴 확률이 더 높은 법이어서 맹신은 금물이다. 돌다리 두드리는 심정으로 복기(復碁)해 보자.

수출에서 한 가닥 빛줄기가 확인된다. 수출액이 2015년 -8%, 2016년 -5.9% 등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월별 수출액이 26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지속하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연속 플러스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强)달러의 영향이 결정적인데 정부는 새해 수출이 연평균 2.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컴퓨터,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일반기계 등의 호조세가 점쳐진다.

한국경제를 홀로 견인해온 수출이 긴 잠에서 깨어날 조짐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대통령의 신고립주의와 미국과 중국·멕시코와의 통상갈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제유가 인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불확실성이 높은데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 경제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칠 수도 있다. 갈수록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효과가 축소되는 것은 설상가상이다. 수출의 국내고용 유발계수가 감소함은 물론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도 2000년대 들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내수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나 작년부터 핵심기반인 민간소비 위축에 가속도가 붙었다. 연초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7월 사드 배치결정을 계기로 소비가 빠르게 축소되었는데 김영란법 시행과 최순실 국정농단파문은 점입가경이었다. 9월의 소매판매는 5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각각 -2.8%와 -6.1%씩 감소했다. 12월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7년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아무리 불황이어도 12월에는 크리스마스와 송년모임 등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연말연시특수가 아예 실종된 것이다. 소비절벽 혹은 소비빙하기 운운이 과장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가 활성화되어야 투자가 수반되는 법인데 금년에는 민간소비가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부의 리더십이 작동을 멈춘 데다 대통령선거까지 겹친 탓이다. 사상최악의 조류독감(AI)이 불길처럼 번지는 중인데 계란값 폭등이 잦아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된다. 겨울 불청객인 구제역도 불안하다.

미 연준(Fed)은 지난 12월에 금리를 올리면서 금년에는 3회에 걸쳐 이자율을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저금리시대 마감 내지는 달러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에다 외국인투자자금 유출도 복병인데 가계부채는 더 큰 고민이다. 1천300조원의 절반가량이 700여만 명의 자영업자가 진 빚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한계 사업자수만 무려 150만여 명인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10년 주기의 재앙설까지 대두되나 마땅한 카드가 없다. 정부는 확대재정에 주목하나 국가부채만 키울 뿐 효과는 별로일 것이다. 김영란법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이 부패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알린 대표적 사례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시의성이 담보되나 권력자와 가진 자는 외면하고 전국 70만 음식숙박업소의 300만 명에 가까운 저소득 종사자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30여만 호에 이르는 한우사육 및 과일, 화훼농가와 어가(漁家) 등도 직·간접의 피해자이다. 접대비 3만원, 선물비 5만원의 족쇄가 밑바닥경제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임박한 '설 특수'도 별로일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김영란법이 없어 공직자부패를 다스리지 못했나. 유전무죄 척결이 더 시급하다.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들 무슨 소용인가. 서민경제가 더 망가지기 전에 청탁금지법부터 폐기하자.

/이한구 수원대 교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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