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지금이라도 대학은 '체육 특기생' 학습권 보장 적극 나서야

문철수

발행일 2017-01-1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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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교양·전공 지식 쌓지않는 한
세계적 선수로 성장할 수 없어
유능한 지도자로의 변신 불가능
대학, 학교 홍보용 활용하기 앞서
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학습권 보장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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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지난 9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마지막 청문회가 열렸다. 이 날도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 기업의 특혜지원과 관련된 특위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체육 특기생 제도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교 시절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에게 대학 입학 시 특혜를 주는 이른바 체육 특기생 제도는 1972년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도입됐다. 당시에는 스포츠 성적이 곧 국위 선양이라 믿었기에 국가가 전면에 나서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주도했다. 지난 40여 년간 이 제도에 일부 변화는 있었지만 큰 틀이 유지되어 오면서 근본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유라 사건을 계기로 모든 대학의 체육 특기생 학사 관리 실태를 조사한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학사 관리 개선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지금까지의 관행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교수들에게만 물으려는 교육부의 조치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득 필자는 몇 해 전 국내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에서 활약 중인 흑인 선수 '마이클 오어'의 성공 실화를 다룬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약물 중독자인 친모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오어의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 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계층이 다니는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이 안 좋아 운동은 시작조차 할 수가 없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보호 가정에서 쫓겨난 그를 같은 학교 학부모인 '리 앤'이 집으로 데려와 가족으로 받아들여 결국 대학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로 키워 낸다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영화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오어가 대선수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었지만 학업성적이 미달해 미식축구 선수로 뛸 수 없게 되자 앤과 교사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성적을 끌어올리게 되고 마침내 선수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오어는 또 한 번 벽에 부딪히게 된다. 다름 아니라 학교 성적이 대학 체육 특기자 선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인데, 결국 가족들의 도움으로 그는 체육 특기자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체육 특기생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 사례에서도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문광부와 교육부 공동으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망 선수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적인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단속 위주 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배출된 체육 특기생 출신 선수, 지도자,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 모두를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방치해 오다 시피 한 체육 특기생 제도를 한 순간에 뜯어 고치려 하기 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선발과정을 통해 입학한 체육 특기생들을 일종의 특혜 받은 수혜자로 보기에 앞서 대학이 과연 이들에게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해 주었는지의 문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대학 교수들의 성적 기록부를 조사하고, 단속하는 교육부의 일회성 조치가 과연 얼마나 효력이 나타날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는 이른바 엘리트 스포츠 정책부터 재고해야 할 것으로 본다. 체육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초 교양과 전공 지식을 축적하지 않는 한 세계적 선수로 성장할 수 없을 뿐더러 유능한 체육 지도자로의 변신도 불가능할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대학이 체육 특기생 학생들을 학교 홍보용으로 활용하기에 앞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으로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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