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연의 영화 톡 세상 톡]누적된 상처의 파열음: '여교사'

선-악 이분법적 재단 거리두기
단순 치정극의 '협소한 틀' 회귀

경인일보

발행일 2017-01-1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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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영화평론가
운동장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전교생이 창가로 몰려들어 구경하지만 그런 걸 걱정할 여유가 없다. 그녀를 굽어보는 상대는 예쁘고 발랄한 동료교사다. 대학 후배이기도 한 그녀는 너그럽고 선량한 데다가 학교 이사장 아버지를 둔 정교사다. 세상물정 모르는 듯한 천진난만함은 단점이 되지 않는다.

단지 그녀가 젊고 어리다는 사실을 말해줄 뿐이다. 멋진 약혼자가 있고 덤으로 귀여운 애인까지, 무엇 하나 계약직 교사인 자신과 비교할만한 것이 없다. 애초부터 결론은 이렇게 정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금수저와 흑수저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장편 데뷔작 '거인'을 통해 십대 청소년층에까지 파고든 한국사회의 경제적 모순을 포착했던 김태용 감독이 '여교사'에서는 학교를 배경으로 계급과 욕망의 관계에 대한 미묘한 역학에 대해 탐색한다.

남성 중심 롤리타콤플렉스에 대한 통념적 성 역할의 전환, 정규직 교사와 계약직 교사들의 차별에 대한 묘사, 그리고 효주(김하늘)라는 캐릭터가 갖는 심리적 위태로움이 전반부의 서스펜스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다음 차례인 효주를 밀치고 정교사로 발령받아온 이사장의 딸 혜영(유인영)에 대한 질투와 분노는 무용특기생 재하까지 얽히며 감정까지도 소유하고 지배하는 금수저를 향한 복수로 치닫는다. 우연히 목격한 혜영과 재하의 부적절한 관계를 승리의 카드라 믿지만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은 더욱 처절하다.

'여교사'는 효주와 혜영의 관계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기보다는 상처가 누적된 피부가 작은 상처에도 터지고 마는 파열의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려 한다.

그러나 후반부 혜영에 대한 효주의 복수는 다소 급작스럽고 신경질적으로 보인다. 줄곧 응시해왔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폭넓은 의식을 체제에 대한 저항과 탈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개인의 문제로 치환시킴으로써 단순한 치정극의 협소한 틀로 회귀하는 듯해 아쉽다.

그러나 "시시한 강자와 시시한 약자의 싸움"이라는 '송곳'의 한구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럴듯한 전복의 제스처가 아니라 개인을 향한 시시한 복수일지 모른다는 씁쓸한 여운이 엔딩 크레디트보다 길게 남는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dups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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