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모든 공부가 즐겁기만 하다면…

이재희

발행일 2017-01-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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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실습 등 참여형 교육 개혁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고
시험은 정답 맞히기형에서 탈피
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능력을
평가하도록 개선 하는것이 중요
그래야 창의·혁신적 인재를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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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부탄은 국민행복지수가 전 세계 국가 중에 최상위권에 속하고 중남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에 속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하위권에 속한다. 국내 한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대상인 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 감정이고, 행복지수는 계량화된 지표가 아니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주관적 수치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입시위주 교육과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자신을 다른 학생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과 달리 학업성취도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읽기, 수학, 과학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해왔다. 2015년 평가 결과는 2012년에 비해 점수와 순위가 조금 하락했지만, 여전히 모든 평가영역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PISA는 의무교육 종료시점에 있는 만 15세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에 바탕을 둔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능력을 평가해 국제적으로 비교할 목적으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학업 성과 위주의 교육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꿈, 재능, 취미와 관계없이 공부에 매달리고, 학교 공부 이외에도 방과후에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말고 놀리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행복하게 해주려고 공부 부담과 시험 스트레스를 줄여주려고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해 적용하고, 성취도평가는 소위 '일제고사'라고 부르며 폐지하려고 한다. 반면에 일본은 197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한 유토리(餘裕) 교육으로 인해 학력 저하가 심각해지자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전 교과에서 소위 '액티브 러닝'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과 과학은 OECD 35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고, 읽기도 많이 상승했다.

모든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가 다 높을 수는 없다. 다른 것은 못해도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있고, 다른 것을 잘해도 '공부만 못하는 아이'도 있다.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나 대학을 거치면서 장차 자기가 사회에서 할 일, 즉 직업을 준비한다. 직업은 삶의 수단이고, 직장은 프로의 세상이지 취미를 즐기는 곳이 아니다. 프로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연습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학교생활은 프로의 세계에 데뷔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므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그게 공부가 되었든 음악이나 요리나 만화가 되었든, 죽어라고 매달려 매진하지 않으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땀과 고통 없이 프로가 될 수 있는가?

혁신교육에서는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여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이미 교사가 학생의 교육과 지도를 포기할 정도로 너무 민주적이다. 정작 필요한 본질적 교육개혁은 수업을 토론과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하여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고, 시험을 객관식 정답 맞히기형에서 탈피하여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능력을 평가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야 미래 세상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다.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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