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최순실과 경호실

이영재

발행일 2017-01-16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프리패스' 사실에 대통령 경호시스템 전면 개선 주장
당연히 해야하지만 국가적 자산 일거에 날리면 안돼


2017011501000980500047761
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사극(史劇)을 보면 왕(王)을 호위하는 무사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왕의 안위를 지키는 지금의 경호 요원이다. 시대마다 그 명칭은 달랐지만 예로부터 왕과 왕실의 경호 임무는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경호역사는 그래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깊다. 경호시스템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구촌에서 다자간 정상회의가 해마다 수차례씩 열리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정상에 버금가는 최상의 경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식 경호'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에는 경호 실력과 시스템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최된 APEC, G20,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통해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역량은 외국 정상 경호팀 사이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경호 한류'란 용어까지 심심찮게 등장한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대통령경호실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 농단의 주범과 공범들이 청와대를 '프리패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회의원뿐 아니라 유력 대선주자가 나서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경호실을 떼어내는 등 대통령 경호시스템을 전면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경호 조직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은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동조하기도 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경호실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유지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0·26과 같은 대통령 위해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경호실의 존재 이유인 대통령에 대한 경호작전을 실패한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패스'에 대한 징벌적 조처로 경호실 시스템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고약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의 대통령 경호는 국가안보 차원의 임무를 요구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이나 국제테러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유럽 등지의 경호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해 경호실은 군경과 함께 경호작전을 실행하고 있고, 국정원·합참 등 16개 경호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대통령 경호안전대책위원회를 주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호실을 경찰 소속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경찰이 군경 통합 경호작전을 지휘하고, 다양한 경호관계기관을 통제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또 다른 체제 개편 방안을 이끌어 내야 하고, 실행하는데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개편 과정에서 예상되는 관계기관 사이의 갈등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대통령 경호시스템의 개편보다는 질적 향상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법적 권한이 봉쇄되어 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대를 지나 김영삼 정부가 문민정부를 천명하면서 대통령 경호실은 경호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했다. 그 이후 거듭된 노력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경호시스템을 국제 경호 트랜드로 만들었고, '경호 한류'라는 국가적 자산을 일궈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접한 국민적 공분은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에 올렸고, 정치권은 제2, 제3의 최순실 게이트를 예방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개선안을 찾는 등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적 자산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