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지자체장의 책임 범위

문성호

발행일 2017-01-1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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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사회부 차장
용인경전철에 대한 1조원대 손해배상소송 1심이 사실상 주민들의 패소로 일단락됐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지만 1심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

이번 손배소는 선고 전부터 승소보다는 패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왜일까?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고 앞으로도 매년 수백억 원의 혈세가 더 들어가야 하는데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용인경전철뿐만 아니라 의정부경전철 운영사는 최근 파산을 신청했고 인천 은하레일도 수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혈세만 먹는 하마로 전락한 상태다. 민자로 개통된 고속도로 등도 마찬가지다.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은 적자투성이의 경전철사업관련 공무원과 관련자들에 대해 지자체가 강제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토록 한다는데 의미가 담겨 있었다.

공무원들은 원칙적으로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경우에만 지자체나 주민들에게 끼친 손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되도록 법적 보호를 받는다. 다시 말해 경과실에 의한 행정행위로 지자체나 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쳤더라도 금액에 상관없이 면책해 준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이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 추진으로 인한 세금낭비 행태에 제동을 거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는 주민소송단의 말에 개인적으로 공감이 간다.

그렇더라도 이번 판결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박모 전 정책보좌관의 책임뿐만 아니라 경과실이 인정되는 김학규 전 용인시장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일반 공무원과 선출직인 지자체장의 과실을 분리해서 판단한 것으로, 지자체장에게 일반 공무원보다 더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해 선심성 행정행위에 대한 지자체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지금도 일부 지자체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장과 몇몇 공무원들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은 수십년 동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성호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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