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박근혜와 트럼프, 두 혼란의 사이

윤인수

발행일 2017-02-02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박대통령 둘러싼 갈등, 가치 중심적보다 지엽말단적
트럼프와 반대진영 공방, 철저한 미국적 가치 중심

2017020101000048400000521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혼란으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벌어진 소동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가치를 둘러싸고 현재권력 트럼프와 미래권력 민주당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양측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도 양분됐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둘러싼 충돌인 만큼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다.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라는 대선공약을 대담하게 실행하고 있다.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유턴중이고, 멕시코 장벽 추진 의지를 재천명한데 이어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하늘길까지 봉쇄하고 나섰다. 국수주의적 백인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진보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민자를 환영해 온 미국의 위대한 전통이 짓밟혔다"며 분루를 삼켰고, 샐리 예이츠 법무부장관 대행은 명령이행을 거부했다가 바로 해임됐다. 트럼프의 가치를 부인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연대도 점점 견고해지는 추세다. 미국은 바야흐로 트럼프의 미국과 반대진영의 미국으로 갈려 극심한 혼돈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리더십을 놓고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사회적 갈등. 공교롭지만 매우 주목할 만한 비교체험 주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민망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초래된 혼란의 양상은 비슷하다. 그러나 혼란의 출발이 다른 점을 음미하고 혼돈의 종결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가 겪는 정치·사회적 혼란의 기승전결을 견주어보면 우리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지 싶어서다.

우선 출발이 다르다.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한국의 박근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르다. 똑같이 선출된 권력임에도 박 대통령은 공적인 통치기구와 공론장을 외면한 채 비서실 실세 김기춘씨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의존해 국정을 펼쳤다. 미디어와의 접촉을 단절함으로써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했다. 청와대가 주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실행한 블랙리스트 작성 사건에서 보듯이 음지에서 국정을 운영했다. 이와 달리 트럼프는 적어도 당당하다. 싸움꾼일지언정 양지를 피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에 대항해 SNS 매체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한다. 공론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또 갈등의 전개 양상도 다르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갈등은 가치 중심적이기보다 지엽말단적이다. 대통령의 비선 통치가 위헌인지 여부가 본질인데, 이를 놓고 다투기보다는 가십성 소재에 집착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사실상 여론에 의해 정권은 사망선고를 받은 상황이고, 죽은 자에게 침을 뱉을 이유는 없다. 박 대통령을 누드로 등장시킨 '더러운 잠'은 불필요한 조롱이었다. 금도가 없는 조롱은 죽어가는 사람도 깨운다. 박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반발하고 그를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태의 진행은 점점 국가나 국민에게 수치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와 그 반대진영이 벌이는 갈등의 전개는 다르다. 철저히 미국적 가치를 중심에 둔 충돌이다. 현재의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지, 미래의 미국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논란이다. 트럼프는 막 선출된 권력을 앞세워 자신의 공약을 정책으로 실현시키는 중이고, 미래의 권력인 진보진영은 연방정부에서, 주정부에서, 의회에서, 거리에서 항명하고 반대하고 시위한다. 말의 공방은 격렬하지만 어느 쪽이 더 미국의 가치를 대변하느냐는 본질은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시작과 전개가 다른 만큼 종결의 과정도 영향을 받을게 틀림없다. 바로 그 종결의 질에서 두 나라의 수준차이가 결정될 것이다. 눈여겨 볼 일이다.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

윤인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