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대통령의 처신

최창렬

발행일 2017-02-01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논리 비약과 사실 왜곡 가득한 인터뷰 적절치 않아
반성·성찰할때 지지자에 최소한 예 갖출 명분 찾는것

2017020101000038400098151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조기대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나 예기치 않은 역사의 반동은 늘 있어왔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탄핵심판 시한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측은 "(헌재가)추가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판부의 공정성이 의심돼, 대리인단이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헌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탄핵 사유와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허황된 거짓말'이라며 민심과는 동떨어진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인터뷰 다음 날 최순실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이 노골적으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여 기각을 위한 전략을 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대면조사가 성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탄핵 인용을 바라는 국민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은 상상하기 어렵다. 탄핵 기각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의 첫 번째인 국민주권주의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헌법적 절차에 의한 통치인 헌정주의는 다수결의 횡포에 직면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견제하고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의미에서 국민주권주의와 보완을 이룬다. 그러나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자격의 유무를 논한다는 자체가 헌정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비정상적 상태의 종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러한 상황이 내각제 권력구조에서 일어났다면 불필요하고 소모적 논쟁은 일찍이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탄력적 국정 운영이란 면에서도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개헌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헌이 논의되고 있으나 대선 전에 탄력을 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에 각종 안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대선주자간, 국민들 사이에 합의가 모아지고 있는 권력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헌이 대선구도에서 정치공학적 연대의 고리로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선 전 개헌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최순실 게이트의 국기문란의 정점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최근 대통령의 행태나 대리인들의 잘 짜여진 각본을 보면서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더 대통령의 품격과 위상이 떨어져야 하는가. 지난 25일의 인터뷰에 나타난 대통령의 인식에서 자기반성이나 책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동정여론을 유발시키고 지지층에 대해 일련의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사태를 모면해 보고자 하는 잘못된 인식에 철저히 기초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탄핵과정과 특검의 수사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기획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서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의 절망을 본다.

국정농단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 변호인으로 구성된 대리인단은 헌재의 탄핵 기각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비록 일부의 국민이지만 여론 반전을 통한 일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전술적 접근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도리와 마지막 품위라도 지키고자 한다면 논리 비약과 사실 왜곡으로 가득한 지난 25일 인터뷰 등의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추가로 어떠한 형태든 입장 표명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얘기가 있지만 부질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위상만 더 초라해질 뿐이다.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했음을 진솔하게 반성하고 성찰할 때 한 때 과반이 넘게 지지했던 국민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갖출 명분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최창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