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칼럼]요즘도 점을 치나요?

홍창진

발행일 2017-02-07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비전 확실한 사람은 뭘할지 안다
미래가 궁금하지도 않고
한걸음 더 가기위해 노력할뿐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하지 않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하며
흔들림 없이 훌훌 털고 일어난다

2017020501000308000013591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2016년 후반부터 2017년 전반을 보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기존의 틀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류가 경험했던 대략의 통계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준비를 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 후에 평가를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비선과 편법이 난무하면서 미래는 혹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살짝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결과의 성과를 자기 노력에 두지 않고 운의 결과에 기대고 싶어 한다. 즉, 운이 좋아서 성공했고 운이 나빠서 실패했다고 결론을 맺는 것이다. 그래서 연초만 되면 한해의 운을 점치고 싶은 심정이 돼서 점집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점을 업으로 삼고 사는 지인이 있다. 이 분 말에 의하면 이 일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이제는 문턱을 넘는 손님 얼굴만 봐도 딱 견적이 나온다고 한다. 사주를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미래가 어떨지 바로 보인다는 것이다. 사주는 운명이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내일모레 죽을 팔자인 사람이 멀쩡하게 잘 사는 경우도 있고, 관운이나 돈복을 타고난 사람이 하는 일마다 쫄딱 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해진 미래는 없다. 없어야 미래지 미래가 정해지면 어찌 미래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분은 점 상담을 마칠 때 쯤 이런 말씀을 덧붙인다고 한다. "점은 딱 기상청 날씨 예보 정도로 생각해라. 정확히 맞추지는 않는다" 날씨를 바꿀 수는 없지만 혹시나 하여 우산을 챙길지 말지는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치과의사를 하는 제자가 SNS에 남긴 사연이다. 우리 직원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37.5시간 정도이다. 주 1회 평일 휴무에 월 2회 토요일 휴무. 휴가는 4일 주는데 위 휴무와 연결시키면 일요일부터 일요일까지 8일 쉴 수가 있다. 직원들 안 갈구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면서 수직적 리더십 보다는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한다. 진료의 원칙을 지키면서 치과의사로서의 기본을 잃지 않으려고 하니, 직원들이 본인 가족, 친지들의 치료를 믿고 맡긴다. 이렇게 하니 떨어져 나갈 직원은 떨어져 나가고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은 오래 남고,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한다. 직원들의 인복은 이런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지극히 상식적인 이 진리를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린다. 내게 벌어진 모든 일은 결국 내가 한 선택과 행동의 부산물일 뿐인데, 이를 잊고 미래를 알고 싶다며 점집을 찾는다. 그러면 또 이런 질문이 나온다. "도무지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럴 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물을 게 아니라 '왜 내가 해야 할 행동을 모르는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 흔히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 삶에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비전이 확실한 사람은 지금 내가 무얼 해야 할지 정확히 안다. 따라서 미래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자신의 비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따름이다. 또한 미래를 불안해하기보다, 오히려 오늘을 사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래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겨도 이를 신나는 도전으로 여기고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그 결과가 바라는 대로 나타나면 좋고, 설혹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하지 않는다. 어떤 결과도 내가 가진 비전을 흔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실패란 그저 보완해야 할 지점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실망할 수는 있어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하며 훌훌 털고 일어난다.

반면 자신만의 비전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세상이 정한 기준대로 돈과 명성을 쌓아 남 보기에 근사하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한다. 생각 자체가 막연하니 무슨 행동을 취할지도 막연할 수밖에 없다.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흔들려 갈팡질팡한다. 그러면서 점집을 찾아다니거나, 내 인생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으러 다닌다. 또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실망하면서 모든 걸 운명 탓으로 돌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없다. 내가 오늘 만든 역사가 훗날 나의 운명이 되는 것이다.

/홍창진 광명성당 주임신부

홍창진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