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하던 거나 잘 하자

이진호

발행일 2017-02-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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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보다 평준화 추구하다 보면 망하는건 시간문제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 사라지지 않는건 불경기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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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출근 시간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나서는 젊은 직장인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커피+샌드위치' 조합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고, 스타벅스도 아침 시간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회다.

원두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대형 고깃집을 비롯한 웬만큼 규모 있는 식당마다 원두커피 취급 공간을 늘리는 것을 보면 유행을 어설프게 따르는 한국판 한단지보(邯鄲之步)를 보는 듯하다. 남의 것 흉내 내다 제 것마저 잊어버리면 따라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최근 대형 음식점 중에 별도의 커피숍을 마련하거나 비싼 커피머신을 들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중에는 까다로운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가하면 주인이 직접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고깃집 주인이 신선한 고기 찾지 않고 고급 커피 원두 구하러 다닌다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특화한 제품으로 전문성을 키울 것인지, 다양한 상품군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것인지는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차별화라는 것이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보니 불안한 마음에 평준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너무 하나의 제품에만 의지하는 것 아닌가. 다른 것도 좀 섞어 팔면 낫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남들도 하는데 나만 안 하는 것이 불안해 이것저것 손을 뻗다 보면 일의 근본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고깃집에서 커피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오만에 가깝다.

차별화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오래된 맛집에는 식단 메뉴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 맛집에 가면 보통 "2그릇 주세요. 4명이요"라는 말만 하면 된다. 메뉴만 50개가 넘는 곳을 맛집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듣거나 본적이 드물다. 맛집이라면 냉면이든, 해장국이든 한두 가지 음식으로 평가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이런 오래된 맛집에서는 인스턴트 커피 한 잔 얻어먹기 힘들다. 그런 거 찾지 말고 몸에 좋은 매실차나 누룽지탕 먹고 가라고 핀잔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심장 수술하는데 성형외과 찾아가거나 감기 걸렸는데 산부인과 찾아가는 환자 없다. 특정한 병이나 질환을 집중해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 전문의를 찾아가야 제대로 치료받는 건 상식이다. 약점 살리겠다고 장점 죽이는 어설픈 평준화보다 '하던 거 잘하는 것'이 진정한 차별화 전략일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가 2008년 1월 '병든 스타벅스를 낫게 하려면(Curing what Ails Starbuks)'이라는 비판 기사를 여러 차례 실었던 것이 회자 된 적이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바리스타가 직접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주던 것을 버튼 하나로 커피를 퍼내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끊임없는 상업성으로 채우고 말았다. 처음 스타벅스를 만났을 때의 그 새롭고 이국적인 공간과 향기, 그 소리를 잊을 수 없다. 제발 매장에서 에그샌드위치를 치워달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돈 버는 데 급급해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커피를 내달라는 얘기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미국 시민이 좋아하는 '문화콘텐츠'가 변질되는 것을 지키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기사를 본 스타벅스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매장 수를 줄이고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일은 미국에서나 가능했던 모양이다. 한국 스타벅스에서 아직 샌드위치가 사라지지 않은 것 보면.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땐 다른데 눈 돌리지 말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남는 거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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