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김세훈 인천 청학숲유치원 이사장

"모두가 '안 된다' 할때 포기안해" 모험왕의 끝없는 도전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17-02-15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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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터뷰 공감 김세훈 청학 숲 유치원 이사장1
인천 최초의 야외 수영장을 개장한 김세훈 청학숲유치원 이사장이 도전의 연속이었던 그의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유복한 환경서 경기고 나왔지만 SKY 못들어가 사업으로 보여줘야겠다 다짐
주변서 말렸던 해수욕장 인근 수영장·도심 아닌 산골 유치원 등 '믿음의 결실'
자전거로 전세계 누비고 팝송 음반도 발매… 젊은이들도 끊임없이 시도하길

48년전 산기슭 야외풀장은 대박이 났고 그 옆 유치원은 숲교육 모델이 됐다
세월이 흘러 장로합창단원이 된 그는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에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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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72) 인천 청학숲유치원 이사장은 지역사회에서 알아주는 '모험왕'이다. 1969년, 그가 국민관광지로 이름났던 해수욕장인 송도유원지 인근 연경산 기슭에 인천 첫 야외풀장인 청학풀장을 개장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 모두 "미쳤다"며 혀를 내둘렀다.

1982년 야외풀장 바로 옆에 청학숲유치원을 세웠을 때도 "어느 학부모가 산비탈을 올라야 갈 수 있는 유치원에 자녀를 맡기겠느냐"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청학풀장은 48년 넘게 인천시민의 추억이 깃든 공간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청학숲유치원도 생태체험교육으로 현재 인천에서 가장 입학 경쟁이 치열한 사립 유치원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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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이 된 유치원에서 원생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세훈 이사장.

김세훈 이사장의 인생은 이렇듯 도전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기를 즐겼던 그는 지난해 9월 18일 미국 뉴욕에 있는 카네기홀(Carnegie Hall)에서 공연을 펼쳤다. 뉴욕기독교방송(CBSN)이 주최한 찬양대합창제에 참가한 인천장로성가단의 일원으로 전 세계 음악가들이 평생에 꼭 한 번은 밟길 원하는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에 우뚝 섰다.

김세훈 이사장을 비롯해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가 대다수인 인천장로합창단원들은 '꿈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매주 토요일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4년 전부터 노래학원에 다니면서 실력을 갈고닦았고, 지난해 초 오디션을 통해 인천지역 교회 장로들이 교파를 초월해 구성한 인천장로성가단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카네기홀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의 공연이 확정됐을 때 느낀 설렘, 공연장 2천500석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 섰을 때의 떨림, 2곡의 합창곡을 부른 뒤 온몸에 감돈 전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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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유럽 자전거 횡단 때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찾은 김세훈 이사장.

김세훈 이사장은 1945년 3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해방둥이다. 그가 5살이던 한국전쟁 당시 1·4후퇴로 가족 모두가 인천으로 피란 온 실향민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온 조부가 해주와 인천 동구 중앙시장 인근에서 치과를 운영한 덕분에 제법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인천 창영초등학교와 동산중학교를 졸업한 김세훈 이사장은 서울의 명문고등학교인 경기고등학교 교사를 지낸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경기고에 입학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다는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성적이 좋질 않아서 소위 SKY에는 들어가지 못했다"며 "명문대학교에 진학해 고위직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입사한 동기들을 보면서 일종의 열등의식을 느끼곤 했는데, 당시엔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선 사업으로 성공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세훈 이사장은 1960년대 중반 서울 제2한강교(현 양화대교) 아래에 야외 목욕탕이 조성돼 돈을 받고 입장시키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주로 노인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조부 별장에 있는 인천 청학동 연경산 아래 인공연못이 떠올랐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을 첫 번째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하게 된 것이다.

"야외 수영장이란 개념이 낯선 시절인지라 구청에서 공중목욕탕으로 허가를 내줬습니다. 도로조차 나지 않은 산기슭에, 그것도 여름이면 수만 명의 피서객이 몰리는 송도해수욕장 근방에 야외 수영장을 차린다고 하니까 동네 사람들은 물론 가족까지도 '정신 나간 짓'이라며 말렸습니다."

그렇게 문을 연 인천 최초의 야외 수영장인 청학풀장은 1969년 8월 개장 첫날 손님이 3명에 불과했다. 김세훈 이사장은 인천 곳곳을 돌아다니며 계모임 등을 대상으로 "깨끗한 물에서 피서를 즐기고 싶다면 송도유원지가 아닌 청학풀장을 찾아달라"고 홍보했다. 청학풀장은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에 8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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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김세훈 이사장이 속한 인천장로성가단의 카네기홀 무대.

김세훈 이사장은 1982년 청학풀장 바로 옆에 청학숲유치원을 설립했다. 도심이 아닌 산골에 유치원을 차린 것도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5살도 안 된 어린 시절이지만, 황해도 해주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과수원을 거닐고 토종닭을 기르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며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농촌의 소중함을 알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유치원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도 수업 전 아이들이 연경산 둘레길을 걸으며 사계절의 변화를 체험하도록 한다. 흙바닥에서 뒹굴고, 나뭇가지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거나 집을 짓고, 농작물을 기르는 법을 배우는 등 요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숲교육'을 선구적으로 시도한 셈이다.

"유치원을 시작할 때 만해도 원생이 많이 모이질 않았습니다. 지금은 유명 연예인이 자녀를 맡길 정도로 인기가 높고, 중국에서도 아동에 대한 '숲교육'을 벤치마킹하러 방문합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저는 끝까지 '된다'고 믿었어요. 그러한 믿음이 결실을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세훈 이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도전에 심취해 있다. 사업에 열중하느라 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보지 않았던 그는 8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국내외를 누비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출발해 전남 목포, 신안까지 서해안을 완주했고, 금강에서부터 낙동강을 거쳐 부산까지 강을 따라 질주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 파리 등을 15일 동안 횡단했다. 성지순례길로 유명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900㎞ 거리를 11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해발 1천400m에 달하는 스페인 피레네산맥도 넘었다.

환갑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하루 80~100㎞ 거리를 달려야 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김세훈 이사장은 "앞으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계획"이라며 "나이가 70대에 접어들었지만,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기분으로 전 세계를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노래학원 강사의 권유로 12곡으로 채워진 팝송 음반까지 냈다. 전문적인 가수가 아니라서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평소 노래를 즐기는 그의 도전의식의 산물이다.

김세훈 이사장은 "세상이 어지럽고, 경제도 어렵다는 요즘 시대에 젊은 세대들이 살아가기가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며 "나같이 나이 든 사람도 인생에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듯이 젊은 세대들도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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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이사장은?
▲1945년 황해도 해주 출생
▲서울 경기고등학교 졸
▲건국대학교 축산학과 졸
▲청학숲유치원 이사장
▲청학풀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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