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이재희

발행일 2017-02-2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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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종 어려움 국·내외 정치
경제불안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라면
부정부패 개선위해 고통 감내해야
그래도 법률 시행령 불명확 하거나
사건판례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혼란스러움은 조속히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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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연말연시와 설 명절을 보내면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실감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당초에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2011년 소위 '벤츠 검사 사건'이 발생하자 이듬해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하였다. 이후 최초 안에 있던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이 제외되고 적용대상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면서 청탁금지법으로 확정되었고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

청탁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금품 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약 400만명이지만, 간접적 대상을 포함하면 전 국민의 40%에 이른다고 한다. 이 법이 부정부패를 일소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법의 내용이 너무 엄격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어서 과거 '가정의례 준칙'처럼 사문화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청탁금지법 제정 취지로 볼 때 고급 음식점의 매출과 고가 선물 및 의례적인 경조사비 수수는 감소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화훼, 과일, 한우 등 농업과 일반 음식업에서 매출이 감소되어 경기가 더 악화되고, 외식업 종사자 등의 실업으로 고용문제도 악화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지적은 이 법의 시행에 마뜩해 하지 않는 집단의 불만인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감내해야 할 불가피한 아픔인지 잘 살펴야 한다.

11일 한 중앙지의 보도에 의하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작년 4분기의 외식업 매출은 그 이전에 비해 25%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관 구내식당이나 비알코올 음료점의 매출도 17%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볼 때, 일부 농축산업과 음식업의 매출 감소는 청탁금지법의 영향보다는 국내외 경기 흐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생필품 위주의 선물과 지인 간의 경조사비 지출이 감소하는 것도 불경기에 대비하는 소비 심리의 영향일 것이다. 이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과 법의 보완은 향후 종합적 검토를 거처 고민할 일이다. 또한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명시된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음식물을 5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 역시 문제가 있다면 면밀히 조사해서 개정을 판단해야겠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일부 부작용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훌륭한 취지와 의미가 실천되는 것 같다. 필자의 공직생활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많은 변화를 겪었다. 유관기관장 간담회의 식대를 종전에는 윤번제로 담당했으나, 지금은 각자 개인 부담하거나 회비로 지불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는 식사와 선물도 많이 간소화되고 있다. 또한 경조사에도 축·부의금이나 화환·조화 중에서 택일하여 보낸다.

청탁금지법이 잘 정착하여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및 부정부패 척결에 크게 기여하면 좋겠다. 따라서 일부 업종에서 호소하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서 대처해야 한다. 만약 청탁금지법에 명시된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불만을 받아들여 금액을 인상하면 사회의 부정부패 개선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일부 업종의 어려움이 국내외 정치와 경제의 불안으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 때문이라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법률 시행령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사건 판례들이 없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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