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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신공]이장우의 논술카페-(46) 대학별 실전논술(세종대)

단순 짤막한 논제, 이해·분석 철저히
인문계열 3개영역 합 6등급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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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박문여고 교사
세종대 논술은 2문항 120분으로 진행되며 제시문이 짧고 다른 대학에 비해 논제가 단순한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각 문항별로 작성해야할 답안의 길이를 감안한다면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해야 할 것입니다.

1번 논제는 비교기술형 문항으로 400~500자 분량이며 제시문을 두 가지 관점에서 분류하고 각 관점을 정확하게 기술할 것을 요구합니다. 2번 논제는 논지전개형으로 1100~1200자 분량이며 자신이 옹호하는 관점에서 상대측이 갖고 있는 관점을 비판하라는 문제입니다.



대학측이 밝힌 2018학년 전형 계획에 따르면 올해 인문계열은 영어를 포함해서 3개 영역 등급 합 6등급 이내로 최저등급을 두고 있습니다. 작년 인문계열 기준 2개 영역 등급 합 5등급 이내, 자연계 기준 2개 영역 합 6등급 이내였던 것과 비교할 때 최저등급 기준 자체는 작년에 비해 상향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재작년이던가. 여름날에 있었던 일이다. (…)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서까래 끝에 열린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로 돌아누워 산봉우리에 눈을 주었다. 갑자기 산이 달리 보였다. 하, 이것 봐라 하고 나는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가랑이 사이로 산을 내다보았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 동무들과 어울려 놀이를 하던 그런 모습으로.

그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하늘은 호수가 되고, 산은 호수에 잠긴 그림자가 되었다. 바로 보면 굴곡이 심한 산의 능선이 거꾸로 보니 훨씬 유장하게 보였다. 그리고 숲의 빛깔은 원색이 낱낱이 분해되어 멀고 가까움이 선명하게 드러나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다. 나는 하도 신기해서 일어서서 바로 보다가 다시 거꾸로 보기를 되풀이했었다. (…)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람을 대하거나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것은 틀에 박힌 고정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알아 버린 대상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기 어렵다. 아무개 하면, 자신의 인식 속에 들어와 이미 굳어 버린 그렇고 그런 존재로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얼마나 그릇된 오해인가. 사람이나 사물은 끝없이 형성되고 변모하는 것인데.

그러나 보는 각도를 달리함으로써 그 사람이나 사물이 지닌 새로운 면을, 아름다운 비밀을 찾아낼수 있다. 우리들이 시들하게 생각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이라 할지라도 선입견에서 벗어나 맑고 따뜻한 '열린 눈'으로 바라본다면 시들한 관계의 뜰에 생기가 돌 것이다.

인도의 명상가이며 철학자, 그리고 구루(영적인 스승)인 크리슈나무르티는 그의 저서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법을 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보는 일은 어떤 철학도, 선생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에게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 당신이 그냥 보면 된다."

그 어떤 고정 관념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허심탄회 빈 마음으로 보라는 것. 남의 눈을 빌릴 것 없이 자기 눈으로 볼 때 우리는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어디서 나오는 무슨 차는 맛이 좋고, 어디 차는 맛이 시원치 않다고. 물론 기호에 따라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차 맛에 어떤 표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형편없는 찻감만 아니라면 한 잔의 차를 통해 삶에 대한 잔잔한 기쁨과 감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요는 그 차가 지닌 특성을 알맞게 우릴 때 바로 '그 차 맛'을 알 수 있다.

(2)

어떤 손님이 내게 말했다.

"어제저녁에 보니 웬 불량한 남자가 돌아다니는 개를 큰 몽둥이로 때려죽이더군요. 그 형세가 얼마나 애처롭던지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다시는 개 ·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로 맹세했답니다."

내가 대답했다.

"어제 저녁에 어떤 사람이 이글대는 화로를 끼고 앉아서는 거기에다 이를 잡아서 태워 죽이더군요. 나는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맹세했지요."

손님이 낙심하여 말했다.

"이는 미물입니다. 나는 그럴듯하게 큰 것이 죽은 것을 불쌍히 여겨 말했는데, 선생께서는 이런 걸로 대꾸하시다니, 어찌 나를 놀리시오?"

내가 말했다.

"무릇 혈기가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나 말 · 돼지 · 양 · 벌레 · 개미에 이르기까지 살고 싶어 하고 죽기 싫어하는 마음이야 같지 않은 게 없다오. 어찌 큰 것만이 죽기를 싫어하고 작은 것은 그렇지 않겠소? 그런즉 개나 이의 죽음이 한가지지요. 그래서 예를 들어 적절한 대(對)를 삼은 것이라오. 어찌 기롱(欺弄)한 것이겠소? 만일 그대가 이를 믿지 못하겠거든 왜 그대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지 않소. 엄지손가락만 아프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가요? 한 몸에 있는 것이라면 큰 부분이든 작은 부분이든 똑같이 피가 있고 살이 있지요. 그래서 아프기로 말하자면 같은 것이라오. 하물며 각각 기운과 숨을 따로 받은 것들이야 어떻겠소? 어찌 저것은 죽기를 싫어하고 이것은 좋아하겠느냔 말이요? 그러니 물러가서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 보시오. 달팽이 뿔을 쇠뿔과 똑같이 보고, 메추리를 대붕(大鵬)과 같게 보시오. 그런 뒤에라야 내 그대와 더불어 도(道)를 말하겠소."

(3)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면 꼭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고, 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엔 옷에 커피를 쏟거나, 버스를 놓쳐 지각하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법칙이 있으니 이름 하여 '머피의 법칙(Murphy's law)'. 수많은 구체적인 항목들로 이루어진 머피의 법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라는 것이다. (…) 영국의 과학자인 로버트 매슈스는 머피의 법칙이 그토록 잘 들어맞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하나씩 증명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가 처음 증명했던 머피의 법칙은 '버터 바른 토스트'에 관한 것이었다. 아침에 출근 준비로 부산을 떨며 토스트에 버터를 발라 허둥대며 먹다 보면 빵을 떨어뜨리기 쉽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버터나 잼을 바른 쪽이 꼭 바닥으로 떨어진다. (…)

로버트 매슈스는 식탁 높이나 사람 손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릴 때 토스트가 한 바퀴 회전할 만큼 지구의 중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간단한 계산으로 증명했다. 대부분 반 바퀴 정도 돌고 바닥에 닿기 때문에 버터를 바른 면이 반드시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버터 바른 면이 늘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머피의 법칙이 들어맞는 이유는 지구의 중력과 토스트의 회전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

우리는 그동안 (…) 식탁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렸으면서도 토스트가 멋지게 한 바퀴를 돌아 버터 바른 면이 위로 하고 10점 만점으로 착지하길 바랐던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 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것이다.

(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1번 답안 설계

[문항1] 사물이나 사건 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제시문 (1)~(4)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의 관점을 기술하시오.(400~500자)

제시문 (1)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타인의 생각에 좌우되지 않으며 자신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때 대상에 대한 참된 인식이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2)는 '개'와 '이'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대상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3)은 머피의 법칙을 예로 들면서 일상에서 발생하는 불행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자신에게 발생하는 여러 현상을 주관적으로 파악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4)는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를 통해 무의미했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의미 있는 대상으로 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대상을 새롭게 인식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① 사물이나 사건 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제시문 (1)~(4)를 두 그룹으로 분류하기 (50자 내외)

- 분류 기준 : 대상을 인식할 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 (1)과 (4)는 주관적 관점에서, (2)와 (3)은 객관적 관점에서 대상을 인식하고 있음을 서술하도록 합니다.

② 각 그룹의 관점을 기술하기 (300~350자)

앞에서 제시한 분류 기준을 중심으로 각 제시문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 제시하도록 합니다. 제시문 (1)과 (4)의 내용을 먼저 제시한 후, (2)와 (3)의 내용을 정리하여 서술하도록 합니다.

■ 2번 답안 설계

[문항2] 위에서 분류한 두 개의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하여 옹호하고, 옹호하는 관점의 제시문을 모두 논거로 활용해 다른 관점을 비판하시오. (1,100~1,200자)

(2)와 (3)의 관점을 옹호하는 경우

① (2)와 (3)의 관점을 옹호(300자 내외)

- 대상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왜곡된 시각이나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여 대상을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제시문 (2)의 경우)

-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들을 객관적인 태도로 바라보게 되면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현상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제시문 (3)의 경우)

② 옹호하는 관점의 제시문을 모두 논거로 활용해 다른 관점을 비판(800 ~ 900자)

1) 제시문 (2)의 논거를 바탕으로 제시문 (1)과 (4)의 관점 비판

- (2)의 논거 : 대상을 주관적 시각으로 파악할 경우 비합리적인 판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 (1)에 대한 비판 : 대상에 대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대상이 가진 실체를 파악하기 보다는 왜곡된 판단에 이를 수 있다.

- (4)에 대한 비판 :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인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태도는 대상이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를 지나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2) 제시문 (3)의 논거를 바탕으로 제시문 (1)과 (4)의 관점을 비판

- 제시문 (3)의 논거 : 현상이나 대상에 대해 주관적인 시선에서 파악하게 될 경우 비합리적인 편견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 (1)에 대한 비판 : 주관적인 태도로 현상을 파악하게 될 경우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사로잡힐 위험성이 크다.

- (4)에 대한 비판 : 자신의 주관에 따라 대상이 지닌 가치가 결정된다는 인식은 대상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장우 박문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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