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무엇을 해야 하는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라

박상일

발행일 2017-02-2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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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근간 유지 돈으로 대체 못해
식량 자급률·외국산으로부터 시장 사수
제값 받도록 유통구조 개선 정부가 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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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이제 듣기도 보기도 어려운 말이 됐다. 그만큼 우리가 그들을 잊고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한은 먹어야 하고, 그 먹는 것을 농업이 해결하니 농업과 농민이 천하의 근본이란 말은 틀림 없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 이런 말을 꺼냈다가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고리짝 시대 이야기냐"고 핀잔을 듣기 딱이다. 하기는, 이제 이 말은 명절이나 전통놀이 행사 때에 겨우 볼 수 있는 잊혀져 가는 말이 됐다. 세상에 먹을 것이 넘쳐나 밥 굶을 걱정이 없다 보니 농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탓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이다. 뭐든 열심히 만들어 국내외에 팔고, 그렇게 들어온 돈이 돌고 돌아 경제가 굴러간다. 특히 제조업체가 많은 경기도, 항만과 공항이 있는 인천은 제조와 무역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에서 제조업과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정부의 정책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무역장벽을 낮춰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 각 나라들과 부지런히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는 자동차와 반도체, TV를 팔아야 했다. 상대편은 우리나라에 농축산물과 지식시장을 내놓으라 했다. 비록 시차를 두고 내놓았지만, 우리는 결국 시장을 내줬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동차와 반도체, TV를 팔아 번 돈으로 농업을 살리겠다"고 했다.

쌀 시장을 열겠다고 약속한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라 우리는 차근차근 외국쌀에 문을 열어 주었다. 가뜩이나 쌀 소비량이 줄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산 소고기와 호주산 소고기, 프랑스·벨기에산 삼겹살도 시장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시장은 차츰차츰 외국산 농축산물에 점령당해 갔다. 식탁에는 외국산 농축산물이 자연스럽게 놓여졌다.

시장을 개방하면서 정부는 농축산업이 죽지 않도록 경쟁력을 높이고, 손해를 보는 만큼 보전을 해 주겠다고 했다. 작년에 쌀값이 폭락했다. 그 때문에 쌀 변동직불금으로 1조5천억원 가까운 돈을 농민들에게 나눠준다. 작년 11월에 나눠준 고정직불금에 다시 변동직불금을 얹어 쌀값 폭락분을 가까스로 메우게 됐다.

문제는 이런 지원금 정책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작년분 쌀 변동직불금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한국의 농업보조금 상한선에 걸렸다. 내년에 쌀값이 더 떨어져 보조금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도, 더 많은 돈을 농민들에게 나눠줄 수 없게 됐다.

이쯤 되면 정부가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쌀 농업을 비롯한 우리 농축산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폭등하자 곧바로 정부는 계란을 수입했다. 이어 닭고기 값이 뛰자 닭고기도 수입한다고 한다. 쌀값이 폭락하자 경지 면적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닥친 것을 해결하고 보자는 식이다. 쌀값 폭락에 보조금으로 대처하는 것도 결국 눈앞에 닥친 것을 쉽게 해결하는 방식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은 농업이 삶의 근본임을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내는 사이에, 글로벌 식량 위기는 바로 눈앞에 닥쳐와 있다. 때문에 농축산업의 근간을 유지하는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지녔다. 식량 자급률을 지키고,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외국산으로부터 우리 시장을 지키고, 제 값을 받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라고 하지 말라. 그것을 해야 제 일을 하는 정부다.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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