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가해자를 '악마'라 해도 '위로'가 될 수 없다

아동 학대·살해·유기 해마다 늘어나
정부, '아이문제 정책' 우선순위 놓고
사회안전망 재정립등 빠른 실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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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사회부장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를 배반하며 분노케 하고 좌절시킨다. 많은 어린 아이들이 세상과 제대로 공감을 나눠 보지도 못한 채 죽임을 당한다. 많은 아이가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당하고 내팽개쳐진다.



이천에 사는 20대 싱글맘과 외할머니는 세 살배기 여아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지난 18·19일 이틀간 나무 회초리와 훌라후프 등으로 마구 때렸다. 여아의 몸 안에 상당량의 출혈이 발생했고 결국 전신 피하 출혈로 인해 목숨을 빼앗겼다.

전남 광양에서는 2살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20대 아버지가 지난 23일 경찰에 구속됐다. 20대 아버지는 지난 2014년 11월 아들을 훈육한다며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에 이틀 동안 방치했다가 여수지역 바닷가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며칠 사이에 언론을 장식하며 우리를 분노케 한 아동살해사건이다. 그 사이 경북 구미에서는 한 보육교사가 지난해 7월부터 2개월간 자신이 근무하는 어린이집 유아 7명을 상습적으로 폭행(아동학대)한 사실이 밝혀졌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7천791건에서 2015년 1만9천214건으로,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4년 14명에서 2015년 16명으로 각각 증가했고, '학대'·'살해' 모두 지난해에 더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여기에다 또 다른 문제인 '영아 유기'도 2014년 76건, 2015년 42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09건으로 급증했다.

영아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살해·유기 등은 그 특성상 드러나지 않거나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많은 아이가 외지고 차가운 곳에 누워 있거나 매질에 눈물만 흘리며 견디고 있을 것이다.

단적인 사례가 '원영이 사건'이다. 7살 원영이는 3개월여간 락스와 찬물로 학대당하고 매질 당하며 화장실에 갇혀 지냈다. 음식은 하루 한 끼만 주어졌고 한겨울에도 트레이닝복만 입고 지내다 결국 짧디짧은 삶을 마감했다. '원영이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이들을 특별 관리하기 시작했고 지난 10일 2차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아이들에 대해 경찰과 함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이런 아이가 경기도에만 57명에 이른다.

어른들은 가해자를 '악마'라고 비난하며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자신에게 그런 불행이 닥쳐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결코 위로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의 비극'은 애완동물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가 쏟아지고, 지난해 새로 태어난 아이 숫자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절벽'이 현실화됐다는 우려와 '오버랩'된다.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치면서 태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올해를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원인과 진단, 대책은 이미 쏟아져나와 있다. 아이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복지제도, 사회안전망 재정립, 관련법 개선 등의 과감한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김순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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